“선배, 이거 봤어요?” 한달 전 다른 회사 기자로부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탄핵소추안을 읽어봤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보내준 강백신 검사 탄핵소추안에는 ‘이보라 경향신문 기자’라는 실명이 적혀 있었다. ‘강 검사가 경향신문·머니투데이 기자에게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와 머니투데이 기자가 각각 쓴 기사는 민주당이 제시한 탄핵소추 근거자료로 동원됐다.
탄핵소추안에 언급된 두 기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던 지난해 9월7일 검찰의 공식 브리핑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당시 브리핑에 참석한 수십여개 언론이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브리핑을 한 주체는 강 검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 기자들이 검사가 흘린 피의사실을 ‘받아쓰기’하며 검사와 범죄를 공모한 것처럼 적었다. 엄연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다. 게다가 강 검사는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을 수사한 검사다. 그런 검사가 수사 대상인 경향신문 기자에게 수사정보를 흘린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강 검사가 뉴스타파·JTBC 기자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고 적으면서 압수수색 날짜를 실제와 6년이나 틀리게 적었다. 강 검사가 뉴스버스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적으면서 ‘뉴스버스’를 ‘유스버스’라고 오기했다.
민주당은 의원 170명의 이름을 올려 검사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면서도 기자를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정정 요청을 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한달간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허위사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발의한 의안을 발의 의원 2분의 1 이상이 동의할 경우 철회가 가능하지만 이를 검토조차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화된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권한을 남용하고 부당한 수사를 한 검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경향신문 또한 윤 정부 검찰에 의해 부당한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진정 검찰개혁을 성공시키고자 한다면 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근거 자료는 탄핵소추안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여당에 역공의 빌미를 줄 뿐이다. 허위사실을 바로잡으라는 요청에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식의 오만함을 보여서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검찰이 야권 탄압 목적으로 영장과 공소장에 허위사실을 담아 ‘소설’을 쓴다고 비판했다. 개혁의 주체가 되려는 민주당은 이와는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허위사실을 바로잡아 정밀한 안을 구성하는 것부터가 개혁 행보의 시작이다. 민주당은 비판하던 검찰의 행태를 닮아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