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안보라인 전격 교체···대통령실 내 파워게임에 ‘장호진 경질’됐나

박순봉 기자

여권 내부 “실세 김태효가 신원식 부른 것”

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 거부”

“그가 앉을 자리는 채상병 특검 조사실”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2일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등 안보라인을 전격 교체를 발표하면서 혼란한 국제 정세를 이유로 들었다. 앞선 국가안보실장들은 한·미 간 신뢰회복을 위한 인사였다면, 동맹 관계가 회복된 시점에는 국방장관을 지낸 신원식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등용해 안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급작스러운 이번 인사의 배경에 안보라인 내부 파워게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의 뜻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 김용현 처장을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장호진 실장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각각 지명했다고 밝혔다.

안보라인 교체는 예상되지 않은 전격 인사다. 윤 대통령은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수시로 ‘순차적 인사’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4·10 총선 이후 순차적으로 장·차관급 인사가 진행돼왔다. 그 대상자는 주로 임기 초부터 함께 해온 장관 등이다. 하지만 장 특보는 국가안보실장을 맡은 지 7개월 만에, 신 실장은 국방부 장관을 맡은 지 10개월 만에 교체됐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 임기부터 경호처장을 맡아왔지만 장 특보와 신 실장은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다른 자리로 옮기게 됐다.

대통령실은 전격 인사의 배경에 윤 대통령의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 관계, 한반도·중동·동유럽 등 전세계 안보가 크게 변화하는 상황을 보고 인사 필요를 느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여름 휴가 기간 동안 구상을 해 이번 인선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김성한·조태용·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한·미관계 복원에, 신원식 실장은 안보에 각각 초점을 뒀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파워게임의 결과물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태효 차장은 이번 정부 내에서 국가안보실장을 반드시 맡을 수밖에 없는 실세 중의 실세”라며 “김 차장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자신과 가까웠던 신원식 장관을 불러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으로 일했고, 신 실장은 같은 시기 준장으로 국방부 정책기획관을 지냈다. 이 관계자는 “신 실장을 등용하면서 장 특보가 내쳐진 그림”이라며 “특보는 특보일 뿐이다. 미국과의 소통을 하더라도 안보실장을 통해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발표 소개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발표 소개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 장관 내정자와 신 실장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면서 장 실장이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처장이 군에서 활동하고, 신 실장도 좋은 자리로 보내는 ‘윈윈’ 전략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장 특보만 피해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종 승리자는 김 처장”이라며 “(오는) 10월에 장군 인사가 있는데, 신 실장은 자기 사람을 승진도 못 시키고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장호진 특보의 경질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러시아 대사 등 외교관 경험이 풍부하고 한·미관계에 정통한 장 특보가 국방부 장관이나 외교부 장관이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들을 나서서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장 특보가 명목적으로만 일하는 게 아닌 실질적인 특보로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 장관 내정자 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처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의 배후’로 거론되고 있다. 수사자료 회수가 이뤄지는 동안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과 수차례 연락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순직해병 수사외압과 구명로비 의혹의 진상을 끝까지 은폐하겠다는 불통의 선언이자 특검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항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 처장이 앉아야 할 자리는 해병대원 수사외압 특검 조사실”이라며 “민주당은 김 장관 후보자 지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신원식 장관은 ‘블랙요원’ 기밀유출 사건과 ‘별들간 전쟁’으로 기강이 해이해진 정보사 문제로 당장 경질해야 할 사람이고, 김용현 경호처장은 순직 해병 수사외압 사건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서로 믿을 수 있는 ‘극우 친일 밀정 뉴라이트’ 범주에서만 찾다 보니, 이 카드에서 빌린 돈, 저 카드빚 내서 막는 수준의 인사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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