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놓고 찬반 의견 있을 수 있어도
광복절 기념식 보이콧엔 공감 어려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과 관련해 “찬반이 있을 수 있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대해 선제적으로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한 대표의 측근을 중심으로 김 관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전 지사 관련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상황에서 추가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의 큰 경축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는 기자들이 ‘전날 김 관장에 대한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느냐’고 묻자 답하지 않았다. 전날 한 대표와 4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에서 참석자들은 ‘김 관장의 기자회견을 먼저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한 대표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물밑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선에 대한 당내) 우려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있지만 저는 ‘왜 특별히 문제가 돼야 하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쟁적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선 안 된다는 측면에서도 (대통령의) 인사 문제에 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고 대체적으로 (인선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의 ‘뉴라이트’ 논란에 대한 당 공식 논평은 이날 이날 오후에야 처음 나왔다. 관련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5일에서 일주일도 더 지난 시점이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뉴라이트 극우인사로 몰아가고 윤석열 정권을 밀정 정권이라 단정 짓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뉴라이트와 밀정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의 측근은 오히려 김 관장 사퇴를 주장하는 이종찬 광복회장을 공격했다. 뉴라이트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지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관장 비판에 앞장선 이종찬 광복회장을 향해 “8·15를 건국절로 만들려는 정부의 시도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건국절 제정을 문제 삼아 경축식 불참을 선언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이종찬 회장은 유령과 싸우고 있다”라며 “(김 관장이 추진할 것이라는) 건국절 제정 운운은 침소봉대도 아닌 날조”라고 주장했다.
박상수 대변인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김 관장으로 내정된 이분이 뉴라이트였다는 것에 대해서 뉴라이트 운동 깃발을 들었던 신지호 (전) 의원한테 물어봤는데 ‘자기는 전혀 모르는 분’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라며 “(김 관장은) 고 장준하 선생님도 받은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이 사후 받았던 정일형·이태영 자유민주상을 김 관장도 2004년 한민족복지재단 회장 자격으로 받았던 점을 들어 뉴라이트로 보기 어렵다고 옹호한 것이다. 역대 수상자 중에는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등도 포함됐다.
여당 전체적으로 김 관장 인선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광복회로부터 환영을 못 받는 인물이라고 하면 꼭 독립기념관 관장을 그 자리에 앉혀야 되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문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환영받을 사람을 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 주위에 참모들이 ‘그건 잘못한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먼저 타진도 해 보고 의견 교환도 좀 했었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결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김 관장 논란에 소극적인 이유로 복권 문제에 이어 추가로 대통령실에 부정적 입장을 전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측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한 대표가 공식적인 입장을 낼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이미 복권 가지고도 대통령이랑 각을 세웠는데 추가로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는 입장을 이날도 반복했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영문을 모른 채 갑작스럽게 뉴라이트가 됐다. 뉴라이트 활동을 했던 행적도 없다”며 “뉴라이트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우리나라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는 분들인데 내가 이제까지 쓴 글이나 강연이나 어디에서도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국권을 되찾기 위해서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닌가라고 대답을 했다”며 “그런데 뒷부분은 자르고 앞부분도 왜곡을 해서 내가 일본 신민이라고 했다거 발언을 하시는데 그것은 분명한 거짓말이고 왜곡”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