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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아카이브

주한 영국대사가 내달 3일 통일부 주최로 열리는 국제한반도포럼(GKF)이 성평등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포럼 불참을 통보하자 통일부가 뒤늦게 여성 패널을 보강했다.

내달 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리는 국제한반도포럼 포스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내달 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리는 국제한반도포럼 포스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30일 ‘2024 국제한반도포럼’ 홈페이지를 보면, 포럼 토론 세션 패널로 현인애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 소장·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등 여성 6명이 추가됐다. 이로써 기존 여성 패널로 섭외된 천자현 연세대학교 교수 1명을 포함해 여성 패널은 7명이 됐다. 이번 포럼에 참여하는 전체 패널은 27명으로, 여성 패널은 4분의 1 수준이다.

통일부가 급히 여성 전문가를 섭외한 것은 주한 영국대사의 불참 선언 때문이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지난 28일 “주한 영국대사관은 성평등의 가치를 지지한다”며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여성 패널이 적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통일부는 “성별, 국적 등에 상관없이 두루 후보군을 선정해 접촉했으나 여러 사유로 인해 여성 전문가들이 참석 불가를 통보해 불가피하게 이번 포럼은 다수의 남성 연사로 구성됐다”고 해명했다. 행사가 며칠 남지 않아 여성 패널을 추가 섭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통일부가 뒤늦게 여성 패널을 추가한 이유는 ‘여성 홀대’ 논란이 국제적으로 커지면 행사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한반도포럼은 2010년부터 통일부가 매년 개최해온 한반도국제포럼을 확대한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에 밝힌 ‘8·15 통일 독트린’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통일부는 이날 “성평등의 가치에 부합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앞으로도 건설적 비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국제한반도포럼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 곽희양 기자 huiyang@khan.kr


[여적]영국 대사의 ‘포럼 보이콧’

내달 3일 열리는 ‘국제한반도포럼’은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에 맞춰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다. 윤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맹 및 우방국들과 자유의 연대를 공고히 하면서 우리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발표자로 초청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불참하기로 했다. 이 행사의 연사가 모두 남성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영국대사관은 지난 28일 “우리는 성평등을 중시한다. 참석자 관점의 다양성이 행사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크룩스 대사의 불참은 주최 측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그는 2018~2021년 주북한대사를 지낸 한반도 전문가로 북한 인권 상황 등을 객관적으로 발언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주관 부처 통일부는 급하게 연사를 추가 섭외했으나, ‘19 대 0’의 남녀 비율이 ‘20 대 1’로 바뀌었을 뿐이다.

통일부는 크룩스 대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능력에 따라 성별과 무관하게” 연사를 섭외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조적 성차별이 엄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은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최근 집권한 영국 노동당이 ‘12 대 12’ 남녀 동수 내각을 꾸리며 불평등 타파 의지를 보여준 것과 대비된다.

그런 가운데 크룩스 대사가 한국 부임 이후 3년 연속 참여한 행사가 있으니 그것은 성소수자 퀴어퍼레이드이다. 그는 지난 6월 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저는 한국과 영국 두 나라가 함께 협력하여 더 포용적이고 평등한 한국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언제나 사랑이 증오를 이깁니다”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다.

성평등 정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6개월 이상 비워둔 윤 대통령으로선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 대사가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한국 주도 통일을 위해 협력하자는 행사에, ‘겨우 성평등 가치를 이유로’ 이렇게 박절하게 나오는지 말이다. 윤 대통령이 이해하는 가치 외교와 영국 같은 서방 국가가 생각하는 가치 외교는 언제부터인가 많이 벌어진 것 같다.

▼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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