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통령실 거절했던 ‘의대 증원 중재안’ 재차 검토 요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의료대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앞서 거절한 중재안 검토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여당 지도부에서는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실·정부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은 여당이 의료개혁에 완강한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만나 지난달 25일 자신이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중재안 검토를 재차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대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난 6월 구성했다가 사실상 개점휴업 중이던 당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보강해 의료대란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한 대표는 “응급실 등 응급의료 현장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찾아나가겠다”며 “복지위 소속 의원도 상황을 면밀히 챙기고 필요한 조치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아무 문제 없다고 장담한 뒤에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사고가 터지면 사태는 정말 심각해질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쇄신 인선으로 신뢰를 회복해 의료계와 협상의 전환점을 만들자고 촉구한 것이다. 그는 “애초에 왜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해 혼란을 자초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개인의 소신”이라고 밝혔지만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내 대체적인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대표는 이날 안철수·고동진 등 수도권 의원 3명, 충청권 의원 3명과 조찬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도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다들 의료대란이 심각하다고 했다”며 “응급실이 열리면 뭐하나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한다”고 전했다.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의료개혁 주무 장관의 사퇴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의 3040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도 의료대란 토론회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을 초청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첫목회 소속이자 친한계인 박상수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 차관은 하루 전 도주했다”며 “여당 의원도. 여당 당협위원장들도. 응급의사회장 등 의사들도. 다 내팽개치고 그 시간 어디서 무엇을 할 생각인가”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완강한 태도다. 한 대표는 지난달 25일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정부 벽에 막혔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표가) 그 얘기를 했을 때 펄펄 뛰면서 안 된다고 그랬던 거 아닌가”라며 “그러더니 그 뒤로 계속 말을 바꾸는데 국민적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다른 대통령이면 진작 물러났겠지만 윤 대통령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표 중재안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결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며 “당 지도부도 학생들, 전공의들과 대화를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재안이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의료대란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가 기존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바꾸거나 새 중재안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대통령실에 민심을 알리고 기조 변화를 압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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