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들어오는 의사 단체 대표성 인정’ 한발 물러선 대통령실···의·정 갈등 해법은 요원

박순봉 기자

대통령실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오는 의사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해주겠다고 8일 밝혔다. ‘모든 의사 단체의 통일된 안’을 요구해왔던 기존 입장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오는 의사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해주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셈이다. 대화의 장으로 일단 나오라는 취지다. 하지만 2025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끝난 일이란 입장은 유지했다. 의사 단체들 간 내부 분열과 증원 시작 연도에 대한 의·정 입장차 등을 고려하면 협의체가 구성돼도 해법 도출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의료계를 향해 “대화의 장에 나와달라. 거기서 이야기 하자”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 야당까지 들어와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으니 여기에 (의사 단체가) 들어왔을 때는 합리적 안만 내면 그것을 (의사들의) 통일된 안으로 우리가 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을 논의의 틀로 이끌어내 대화를 시도해보겠단 취지로 읽힌다.

고위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실이 수용할 수 있는) 전제가 되려면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 대표를 골라서 누가 됐든 그 안에 특정(일부) 집단이 분란을 일으키더라도 ‘우리가 의료계를 대표해서 참여하겠다’ 그런 정도의 의견을 모아서 협의체에 들어와야 한다”며 “거기서 합리적인 안을 낸다면 우리는 당연히 원점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제시한 안을 토대로 논의를 시작할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에는 모든 의사 단체들이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통일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의대 증원 숫자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교수 단체,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 등이 모두 입장차를 보이고 있고, 서로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이런 한계점을 인식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오는 의사 단체의 안을 의료계의 통일된 안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모든 의사들을 상대로 돌아다니면서 도장을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논의의 형식이란 측면에서 대통령실이 한발 양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통령실은 내용적 측면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전날 국무조정실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의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추어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음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2025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논의 방식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현실적으로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다수다. 우선 전공의, 교수, 개원의 등의 단체들이 모두 입장차가 크고, 어느 한 단체가 협의체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단체들이 인정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특히 전공의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여·야·의·정 협의체의 논의는 실효성을 갖추기 어렵다.

게다가 의협, 대전협,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이 모두 2025학년도 증원부터 재검토를 원하고 있어 2026년도부터 논의 가능하다는 정부와는 근본적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의협은 이날 2025·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2027학년도부터 증원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2026년도에는 지방선거, 2027년도에는 대선이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임기 마지막 해”라며 “의협이 2027년도 증원을 논의하자는 건 그냥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의사 단체들도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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