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이사회 의결 없이 미국 리조트 개발사업에 105억원을 투자해 전액손실을 보는 등 방만 경영을 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MBC는 “정치적 목적의 위법한 감사”라고 반발했다.
감사원은 11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이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태하고 있다는 국민감사 청구에 따른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사옥 매각대금 4849억원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 의결 없이 본부장 전결로 미국 리조트 펀드(105억원) 등 국내외 부동산 대체 투자 상품에 총 1905억원을 투자했다. MBC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신종 금융 상품에 대한 위험 관리 규정 없이 투자를 진행한 결과, 미국 리조트 개벌 펀드 투자는 105억원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그 외 국내외 부동산 대체 투자의 경우에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MBC는 또한 2022년 9월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방송권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방문진에 보고하지 않은 채 33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대회 개최가 확정되기도 전에 투자금 전액을 선지급했다. 하지만 2022년 10월 MLB 월드투어는 무산됐고 투자금 중 14억7000만원만 돌려받았다. MBC는 18억3000만원의 미상환금액이 발생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MBC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에 총 11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공연이 연기됐고, 투자금 상환 예정일인 2022년 11월까지 9억3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MBC는 미상환금액 역시 보고에서 누락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MBC 관계사에 대한 경영 실태 조사 결과도 감사원 보고서에 담겼다. MBC플러스는 여수에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도에 사업을 중단해 최소 74억원에서 최대 8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총 6개 항목의 MBC의 방만 경영 실태와 관련해 방문진에 관리·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감사원 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 자료를 MBC가 회수해가게 하거나 폐기하는 등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의를 촉구했다.
이번 감사는 보수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등이 2022년 11월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 MBC가 거액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냈음에도 방문진이 이를 방치했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데 따른 것이다.
방문진과 MBC는 “위법한 감사”라고 반박했다. 방문진은 “감사원은 부패방지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국민감사를 할 권한이 없다”며 “애초부터 기각됐어야 할 감사이자 정치적 목적으로 위법하게 시작된 감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시 결정에서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부패방지법을 무시한 위법한 감사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감사 결과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 때 제시한 해임 사유들”이라며 “방통위와 감사원의 주장은 권 이사장 효력정지 신청 등 9차례 재판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고 했다.
MBC는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국민감사라는 허울 속에 정치적 목적의 감사를 통해 사실상 MBC를 장악하려고 시도한 것”이라며 “부당한 감사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