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를 찾은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영부인의 역할을 넘어섰다’, ‘통치자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영부인의 역할은 어디까지가 적절한 수준일까.
국민의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공권력의 동원 여부가 핵심일 수 있다. 대통령실이 지난 10일 공개한 김 여사의 사진을 보면, 김 여사가 마포대표에 서서 특정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고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뒤에 서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 사진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여사가 마포대교를 찾아서 자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그런데 왜 제복 입은 경찰을 세워 놓고 제안 같은 것을 하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복 입은 경찰을 대동한 것은 행정력의 근본적인 상징과도 같은 경찰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권력을 움직이는 영부인이라는 이미지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진이 너무 권위적으로 느껴진다”며 “경찰을 세워 놓고 순찰을 하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당시 마포대교를 용강지구대 경찰과 살펴본 뒤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부인도 당연히 사회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 여사는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는 자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영부인의 역할은 정해진 바가 없다. 영부인의 개인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가 공권력을 동반하지 않은 격려 방문 수준의 행보를 보이는 것은 괜찮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의 다수 의견으로 읽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는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독자적인 영부인의 모습을 모델로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소외된 사람들, 힘든 사람들을 챙겨주는 모습의 여사의 역할 정도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