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인용’하는 비율이 5년 사이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5년 전 30%대였던 인용률은 점차 감소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최근 2년 동안은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공익제보자가 해고·징계 등 불이익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공익신고자 보호조치가 인용된 비율은 2020년 32.0%, 2021년 21.4%, 2022년 19.7%, 2023년 8.2%, 올해 1~8월 3.5%로 나타났다. 인용률은 그해 인용·기각·각하·종결(취하 포함) 등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건수 대비 인용 처리 비율로 계산했다.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7조에 따라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받은 때 위원회에 원상회복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는 모두 785건이다. 그 처리 결과를 유형별로 보면 취하를 포함한 종결 456건(58.0%), 기각 124건(15.7%), 인용 119건(15.1%), 각하 86건(10.9%) 순으로 나타났다. 기각·각하(210건)와 비교해도 인용 건수는 절반 수준이었다.
법정처리 기한을 초과해 보호사건을 처리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권익위원회는 신고자가 신청한 지 최장 90일(신청일로부터 60일, 1회 연장 30일) 안에 보호 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권익위가 신청 접수 후 90일을 초과해 보호사건을 처리한 비율은 2020년 39.2%, 2021년 44.4%, 2022년 51.0%, 2023년 51.9%로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 권익위는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민원사주 의혹에 사실상 면죄부를 줘 논란이 됐다. 특히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7개월 넘게 시간을 끌다 지난 7월 방심위로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셀프 조사’의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권익위는 또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 제보자에 대해선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 6개월이 넘도록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보자는 쿠팡으로부터 고발당했고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권익위는 천 의원이 쿠팡 제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6개월 넘도록 지연된 사유를 묻자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답했다.
천 의원은 “권익위가 윤석열 정권 호위무사 역할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라며 “공익신고자를 보호해야 할 권익위가 공익신고자를 사실상 처벌해달라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