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선을 많이 넘은 해당 행위”
대통령실 “갈등 조장 온당치 않아”
국민의힘은 3일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탈당에도 전당대회 당시 ‘한동훈 공격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한동훈(윤·한)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 대표 측이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물타기”라는 반박이 제기됐다. 윤·한 갈등 확전 조짐에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이 김 전 행정관의 탈당에도 진상조사를 추진하는 것이냐고 묻자 “당원이었던 사람이 좌파 유튜브, 아주 극단에 서 있는 상대편에다가 허위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선을 많이 넘은 해당 행위”라며 “녹음을 보면 모의하는 게 아니라 실행 행위 자체가 그대로 녹음된 것이다. 그러니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김 전 행정관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낸 뒤에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김 전 행정관의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해 “탈당 처리가 된다고 할지라도 굉장히 중대한 사건이라고 보기 때문에 진상조사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진상조사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부총장은 “김대남 혼자 다 벌인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배후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앞서 김 전 행정관이 당대표 선출을 위한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소리에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에 대한 공격을 사주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지난 1일 공개됐다. 김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녹음에서 “한동훈이 관련돼가지고 나온 얘기가 있어가지고 내가 은밀히 전화할 테니까 잘 기억해놨다가 어떻게 좀 공격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그거(한 대표 횡령 의혹) 잘 기획해서 서울의소리에서 (한 대표를) 치면 아주 여사가 너네 이명수 야… 들었다 놨다 했다고 좋아하겠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한계에서는 김 전 행정관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이 대통령실 출신이었고,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보다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른다는 평가를 들었던 나경원·원희룡 후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김종혁 조직부총장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용산은 도대체 기강이란 게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 전 행정관은 (나경원 후보) 수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전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실도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서 책임을 묻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대통령실을 압박했다.
진상조사 추진을 압박하며 친한계가 대통령실과 파워게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의·정 갈등, 김 여사 의혹 등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당이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결국은 김대남 뒤에 있는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보인다”며 “의혹을 자꾸 제기해서 한동훈 대표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안 세력으로서 한동훈 대표가 입지를 강화해 나가려고 하는 모양새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 부부와 김 전 행정관은 “친분이 전혀 없다”며 “김대남과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김 전 행정관과의 통화 녹취를 언급하며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난 일색이고, 다만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관련 내용이 일부 있었을 뿐”이라며 “이 녹취록을 근거로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친윤계 측은 대통령 부부와 김 전 행정관이 연결될 수 없다며 한 대표 측의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출신 김기흥 국민의힘 인천 연수을 당협위원장은 시사저널TV 유튜브에서 “대통령실 분위기나 그분의 위치를 봤을 때, 김 여사나 대통령이 김 전 행정관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게 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이분(김 전 행정관)이 직접 대통령이나 영부인과 연락을 주고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전혀 아니었다”며 “여기 뒤에 뭐가 막 있는 것처럼 변죽을 울리는 게 초라한 한동훈 지도부의 성적표를 가리기 위한 물타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얄팍한 잔머리”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SNS에서 “김 전 행정관은 전당대회 당시 나를 돕는다고 하는 여러 명의 특보 중 한명이었지만 그는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나와 의논하거나 보고한 바 없었다”며 “당지도부의 대처는 아쉽다 못해 한숨만 나온다. 더 이상 이와 관련 음모론 확산 등으로 야당의 탄핵 시나리오에 기름 붓는 행위는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윤·한 갈등 확전 조짐에 당내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걸 감찰하고 밝히고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정당과 정부에 침을 뱉는 일”이라며 “탈당했는데 감찰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가 있고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