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복 2008년·김치 2016년, 한국 2022년·2017년 지정
아리랑·추석 등도 중국이 먼저…“동북공정 선제 대응 시급”
김치, 한복, 아리랑 등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무형문화유산 지정이 중국보다도 늦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조선족 문화라며 우리 전통문화를 자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문화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조선족 관련 문화유산이라며 20개의 한국 전통문화를 자국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그중 한복, 김치, 아리랑, 씨름, 윷놀이, 추석 등 6건에 대한 정부의 무형문화유산 지정은 중국보다 1~14년 늦게 이뤄진 게 확인됐다.
중국은 2016년 김치, 2008년 한복(조선족 복식), 2011년 아리랑과 씨름, 2014년 추석, 2021년 윷놀이를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에 비해 국가유산청은 아리랑을 2015년, 김치와 씨름을 2017년, 한복과 윷놀이를 2022년, 추석을 2023년에야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특히 한복의 경우 중국은 2008년 자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데 한국은 2022년에야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해 논란이 되자 국가유산청이 뒤늦게 지정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중국이 먼저 등재한 널뛰기, 그네타기, 해금, 조선족 전통혼례 등 7건을 두고는 우리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할지 여부에 대해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배 의원실에 제출한 ‘중국의 성급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한국의 무형유산 목록’에 따르면 중국의 성급 무형문화유산은 81개였다. 하지만 배 의원실이 전수조사한 결과 중국의 성급 무형문화유산은 96개로 나타났다. 국가유산청이 제출한 목록은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 등재된 과거 목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중국이 조선족 무형유산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신청할 경우 대응하겠다”고 했다.
배 의원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중국의 것인 양 소개되는 일이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기관의 섬세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