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정치권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감시대상 명단)’ 사건이 재소환됐다. 경기도교육청의 ‘유해 도서 폐기’ 사건도 재조명됐다. 야당은 관련 상임위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을 환기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예산 삭감도 지적할 예정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문학을 폐기한 분서갱유 같은 경기도 교육이 서울에서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정신과 상상력과 자유가 만발하는 교육이 서울에서도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 인사가 교육감인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폐기 사건을 환기한 것이다.
앞서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총 2528권이 폐기됐는데, 여기엔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일부 보수단체가 ‘동성애를 조장한다’ 등의 이유를 들어 폐기를 압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한 작가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며 한국 문학의 오랜 번영을 기원한다”며 “두 번째, 세 번째 한 작가를 키워 내기 위한 더 많은 지원과 진흥안을 국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무참히 깎여 나간 출판계·문학계 예산의 복원을 통해 한국 문학의 오래될 미래 번영의 토대를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문체위 국감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을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가 남아있다”며 “예산 삭감 문제와 해결되지 않은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부분도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당 문체위원들은 오는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열리는 국감과 24일 문체부 종합감사 등에서 블랙리스트 건을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당시 문체부가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블랙리스트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온다>를 쓴 한 작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정쟁화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문체위 야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작가가 블랙리스트에 올랐음에도 위기를 극복해서 대단하다는 얘기를 (야당 문체위원들이) 나눴다”며 “국감에서 관련 질의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개별 의원들이 하는 거고 당 차원에서 하자는 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