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해명→거짓’ 의혹마다 반복되는 대통령실 ‘이상한 대응’

유새슬 기자

신용한 ‘미공표 여론조사’ 주장에 침묵

“정치 공세” 무대응, 민생 행보에 집중

명태균·김건희 의혹마다 비슷한 행태

지지율 하락 등 불신에 국정동력 상실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동남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 관련 의혹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대응 방식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의혹이 제기되면 일단 침묵을 택한 뒤, 뒤늦게 해명에 나서다 거짓 해명 논란을 키우고 의혹은 그대로 남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사안이 정쟁으로 흐르는 것을 피하고 민생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불신이 쌓이면 국정운영 동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대통령실은 지난 대선에서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윤석열 대선 캠프에 보고됐다는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 교수는 지난 대선 당일 회의에서도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논의했다며, 이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대선 전 명씨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과 배치된다.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 대통령실은 신 전 교수 주장의 진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여기에는 공식 대응을 하면 공세에 말려들 수 있다는 대통령실의 인식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명씨 관련 의혹이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한다고 보고 야권의 비판도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야당은 대통령실의 해명을 그냥 믿기 싫은 게 아닌가”라며 “정쟁으로 키우려는 의도가 다분해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말려들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신 전 교수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사람이라는 점을 들어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온적 대응은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부터 반복됐다. 지난달 명씨의 존재를 폭로하는 뉴스토마토 보도가 나왔을 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를 사소한 사안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 없다는 인식이 많았다. 의혹이 확산하자 지난 7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명씨를 소개한 인물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며 윤 대통령이 대선 전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이 소개한 것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고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과 명씨가 만나는 자리에는 최소 4명(이 의원·박완수 경남지사·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함께 한 사실이 당사자들 발언으로 확인됐다. 최소 4번의 만남이 이뤄진 셈이다.

일명 ‘오빠’ 메시지 논란 때는 이례적으로 즉각 해명했지만 역시 거짓 해명 논란으로 이어졌다. 명씨가 지난 15일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오(요) 제가 난감”이라고 적힌 김 여사의 메시지를 공개하자, 대통령실은 빠르게 입장문을 내고 ‘오빠’가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 친오빠라고 밝혔다. 거짓해명 논란과 함께 김 여사와 명씨가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다는 의혹만 커졌다.

대통령실이 유독 김 여사와 관련 의혹에 대응을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5일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으로 23억원의 수익을 봤다는 의혹에 대해 “2022년 문재인 정부 때 검찰 수사팀이 한국거래소 심리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1심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불과하다”며 “1·2심 재판부는 관련 수익이 산정 불가하고 시세 조종 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윤석열 정부였고 1·2심 재판부가 김 여사 모녀의 수익에 대해 판단한 적은 없었다.

대통령실 대응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이 김 여사 관련 리스크는 국정동력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22~24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15%)를 꼽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로 최저치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소상하게 해명하는 방식으로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 발로 나오는 해명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라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게(윤 대통령의 직접 입장표명) 필요하다는 주장도 (당내에)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면서도 일단 민생 정책 행보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4대 개혁 추진이 곧 민생이다.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 추진에 박차를 가하라”며 “연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비서실과 내각에 당부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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