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추진’ 직원 업무보고에 안창호 “난 생각 달라” 딴소리

전지현 기자

위원장·상임위원 부적절 발언으로 얼룩진 인권위 국감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오른쪽)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단체 선서를 거부한 채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오른쪽)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단체 선서를 거부한 채 앉아 있다. 연합뉴스

안 위원장 “혼선 송구”…의결 관련 법원 판결에 이견도
김용원 상임위원은 “합동 결혼식 하나” 단체선서 거부

업무보고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추진’이 들어갔다고 사과한 국가인권위원장(안창호), 군인권운동 시민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군인권보호관(김용원),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놓고 마지못해 사과한 상임위원(이충상).

국회 운영위원회가 31일 진행한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는 ‘인권 증진’에 관한 논의 대신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의 돌출 발언과 의혹에 대한 질타와 해명으로 얼룩졌다. 질의는 안 위원장과 김·이 상임위원 3명에게 집중됐다.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박찬대 국회 운영위원장이 관례대로 안 위원장이 대표로 증인선서를 하라고 하자 김 상임위원이 “합동결혼식이냐”며 반발한 것이다. 결국 김 상임위원은 따로 증인석에 서서 선서를 했다.

이후 이어진 업무보고에서 인권위 사무처 직원은 인권위 주요 추진 과제를 열거하면서 ‘평등법 제정’을 언급했다. 그러자 취임 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소신을 밝혔던 안 위원장은 “업무보고와 제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인권위 사무처의 공식 업무보고 내용을 위원장이 번복한 것이다.

그는 “일부 불충분한 것이 있었다”며 “혼선을 빚게 된 것은 제 책임이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2006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왔는데 위원장이 “반대 의견도 논의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야 한다”며 딴소리를 했다.

인권위가 출범 이후 20년 넘도록 지켜온 소위원회 의결 원칙을 변경한 데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인권위는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 의결을 원칙으로 해왔는데 안 위원장 취임 이후 만장일치가 아니어도 의견이 갈리면 진정 사건을 기각·각하할 수 있도록 바꿨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의결은 위법하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앞서 있었다. 관련 질의에 안 위원장은 “1심 판결은 각기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헌법재판관 출신인 안 위원장이 하급심이라는 이유로 법원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위원이 군인권센터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건, 이 상임위원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관련 망언 등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이어진 질문에도 “제가 말하기엔 부적절한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인권위원 출신인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창호 위에 이충상, 이충상 위에 김용원이란 말이 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재현씨의 어머니 송혜진씨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전원위원회에서 이 상임위원이 한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 상임위원은 당시 이태원 참사가 “놀기 위해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라며 희생자를 탓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보다 더한 참사냐”고도 했다.

서 의원은 안 위원장에게 이 상임위원의 발언이 ‘혐오표현’인지 물었지만 안 위원장은 “이 상임위원 의견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고만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면서도 “제가 국가 형사 책임을 부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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