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을 위한 제언
“국민에 순응하는 자세를”
“망가뜨리지 마라” 일갈도
정치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운영에 대해 협치,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인적 쇄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초심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조언을 해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며 “물러나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정치학자 30명의 제언을 종합한 결과 협치(상생·대화와 타협 등 포함)를 언급한 사람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 여사 문제 해결과 인적 쇄신도 각각 8명이 거론했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4명), 초심을 찾아야 한다(3명)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치학자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협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야당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며 “대통령 하는 일 100 중 80은 의회 설득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4대 개혁을 하겠다는데 여야 협조나 협치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검 등을 통한 김 여사 문제 해결도 강조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채 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대통령 배우자법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배병인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실과 정부 인사를 완전히 개편해 새로운 방향으로 가겠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경제팀의 전면 개편을 통해 경제성장률 제고 전략을 제시하고 외교팀 인적 쇄신을 통해 외교·안보의 3대 불균형(안보만 지나치게 강조·이념 집착·미국과 일본 치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야당과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을 이끌려고 하지 말고 국민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된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윤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이 기대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없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냥 빨리 다른 분한테 맡기는 게 정답”이라며 “잘하려고 하면 일단 자기를 버려야 되는데 그러기 어려운 분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대통령을 둘러싼 이들이 배부르고 편하려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국가를 더는 망가뜨리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