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음 단계 가야” 비대위 빠른 전환 바라는 대통령실

심진용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31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직을 사퇴한 이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까지 내홍이 계속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감지된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새롭게 갈등이 불거질 수 있고,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당내 혼란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제는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다음 주에는 (당이) 수습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행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며, 전환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권 대행의 사퇴에 앞서 윤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권 대행에게 먼저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어떤 경로든 대통령의 의중이 권 대행에게도 전해졌다고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앞서도 이진복 정무수석 등을 통해 비대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데 여당에서 도움이 된 것이 전혀 없지 않느냐”면서 “권 대행 리더십이 이미 무너졌는데 앞으로도 더 기대를 걸기가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에서 당 지도부가 악영향을 끼쳐왔다는 불만이 나온다. 사적채용 논란 당시 권 대행이 ‘7급인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 발언으로 화를 키웠고, 최근에는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를 노출하면서 방어선을 찾는가 했던 지지율을 추락시키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울산에서 정조대왕함 진수식이 있었던 지난 28일 윤 대통령이 전용기에 동승한 권 대행을 격려하며 힘을 실어줬다는 보도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이야기도 계속되고 있다. 애초 권 대행이 직무대행 체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윤심’을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대통령과의 기내 대화까지 직무대행 체제를 연장하려는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시각이다.

비대위 전환은 임박 단계로 들어섰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없지 않다. 권 대행의 ‘내부 총질’ 문자 노출이 돌발 변수로 작용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이른 시기에 비대위 전환을 준비하게 되면서다. 당초 이준석 대표에 대한 경찰의 송치가 결정되고 나면 본격적인 비대위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문자 변수가 터지면서 시간표가 꼬였다. 이 대표 측 최고위원들이 현재까지 사퇴를 거부하고 있고, 이 대표 본인이 비대위 전환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의 구상처럼 빠르게 비대위 전환이 되지 않고 잡음만 커진다면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여권 인사들이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의 쇄신을 함께 요구하고 나선 것도 고민이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날 사퇴를 밝히면서 대통령실을 포함한 ‘여권 3축’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SNS에서 김 대행 사퇴와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며 “여당, 내각, 대통령실의 세 축은 무능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도 비서실장 이하 사퇴 등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은 1일부터 오는 5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휴가지 등 구체적인 휴가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휴가 관련한 대통령의 메시지는 ‘휴가를 통해 재충전하라는 것, 그래서 그 이후에 일을 철저하게 하자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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