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기자실 한 공간은 처음”이라던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 공간에 가벽 설치

심진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일 대통령실이 가벽을 설치한 곳은 사진에서 보이는 취재진 바로 뒤 공간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일 대통령실이 가벽을 설치한 곳은 사진에서 보이는 취재진 바로 뒤 공간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과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을 진행하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로비에 가벽이 설치됐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 등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벽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대통령실이 그간 강조해온 소통 강화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청사 브리핑에서 가벽 설치 배경을 묻는 말에 “(청사) 1층 공간이 기자들에게 완전하게 오픈되어 있고, 그러다보니 외교적으로나 여러 분야에서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가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8일 출근길문답 직후 MBC 기자와 이기정 국정홍보비서관 사이 언쟁과 가벽 설치 사이 연관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보안상 이유로 설치한다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이후 추가 공지에서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윤 대통령의 외국 대표단 접견시 일부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실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촬영한 일이 있었다”며 “당시 대통령실 직원이 무단 촬영임을 알렸음에도 촬영은 계속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빈과의 사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외교가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며 “1층 구조물 설치는 이 일을 계기로 논의된 것으로, 대통령의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에 대해 한 언론사 영상출입기자는 “2일 접견 당시 취재 가능 여부를 계속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고, 외신들은 차량이라도 촬영하겠다고 와있는데 국민 관심사항을 취재하지 않는 것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진행한 일이었다”며 “이후 대통령실측이 무단촬영이라고 하여 영상을 방송에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벽이 설치된 곳은 1층 기자실 바로 옆 공간으로 윤 대통령이 출퇴근하는 청사 현관이 보이는 곳이다. 1층 현관과 로비 사이에는 유리문이 설치돼 있다. 그간 취재진은 출근길문답 때마다 출입증을 제시하고 이 유리문을 통과했다. 투명하고 낮은 유리문이라 평시에도 대통령 참모진이나 외빈들이 출입하는 모습을 수시로 봤고, 때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취재진과 참모진 사이 짧은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가벽이 설치되면서 이 같은 일은 앞으로 불가능해졌다. 가벽은 두꺼운 나무 합판을 겹으로 덧댄 형태로 폭 6m, 높이 4m 가량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6월 윤 대통령 취임 한달을 맞아 ‘용산시대 개막’ ‘도어스테핑 실시’ 등을 ‘10가지 새로운 변화’로 선정·발표하며 “집무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에 위치한 첫 정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벽 설치와 관련해 출근길문답이 잠정 중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어떤한 결정도 내려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소통을 강조한 ‘용산 시대’의 의미가 상당부분 바래지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통령이 취재진을 수시로 만나겠다는 의지는 도어스테핑을 통해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도어스테핑을 지금 폐지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말씀드린 적도 없고, (취재진을 수시로 만나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드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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