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점검회의

정책 방향 ‘문재인 지우기’로 요약…협치 없인 실현 어렵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설명회’ 그친 개혁 구상

국민 패널과 문답…예정보다 1시간 길어진 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패널과 문답…예정보다 1시간 길어진 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금·노동·교육 등 개혁안 두고 “반드시 해내야” 의지 피력
“과거 정부, 표 떨어진다며 연금 논의 안 해” 야권 향해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전임 정부 정책 뒤집기 기조를 재차 못 박았다.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을 포함한 각 정책 방향성은 ‘반문재인’으로 요약됐다. 국민 직접 소통의 문을 넓히고 국정과제 문제점을 함께 점검한다는 취지를 담았지만 156분간 기존 기조를 강화하는 일방향 정책 설명회에 가깝게 진행됐다. 사실상 실종된 여야 협치 회복 과제를 풀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 정책 과제 대부분이 ‘청사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7개월 만에 생중계 회의를 통해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과제들을 직접 설명했다. 지난 5월16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화두로 던진 3대 개혁을 포함해 부동산, 건강보험, 민생범죄, 복지, 지방자치 등을 망라해 윤석열표 정책에 공개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을 두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이고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이 아닌 필수”(교육), “노동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3류, 4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노동) 등 강한 표현으로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책 방향에선 전임 문재인 정부 색깔 지우기가 뚜렷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가 정치 논리나 이념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제가 정부를 맡기 전까지는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 불합리한 복합규제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거래 물량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은 ‘시장 정상화’로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편을 “본래 취지대로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했고, 마약 범죄 대응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찰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취지를 담아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에 ‘검수완박’(민주당 주도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폐지된 검찰의 마약수사 일부를 복원시켰다”고 화답했다.

3대 개혁 필요성을 밝히는 대목에서도 전임 정부와 야권을 비판하는 취지가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2년차를 앞두고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로 지지층에 정권교체 효능감을 체감하게 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대해선 “과거 정부에서 연금 얘기를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 이건 여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해서 연금 얘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안 됐고 지난 정부 때는 아예 얘기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개혁을 꺼내며 “획일성이라든가 평등성이라든가 이런 것보다 선택의 자유 존중”을 말한 것도 전 정부와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노동 문제를 두고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과 엮어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의 방향성을 노동수요에 따른 유연성, 노동시장의 공정성, 노동자의 직장 내 안전성, 노사관계의 안정성 등 4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특히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들, 많은 기업들에 어려움을 줬는데 국민들이 지켜보시고 이런 식의 문화가 앞으로도 지속되고 받아들여져선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과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뭔지를 꼼꼼하게 짚어봐야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지만 7개월간의 국정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나 방향 전환을 시사한 부분은 없었다. 문제점 점검과 찬반이 엇갈리는 정책에 다양한 국민 의견을 듣고 답하는 것보다는 기존 국정기조를 강화하고 추진 의지를 천명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각 부처가 추천한 국민패널 질문에서도 비판적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자유민주주의, 자유와 연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다”며 “오늘 회의를 통해 자유에 내재한 연대의식과 공통분모인 법치, 이런 것들이 국정과제와 국정철학을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과제 청사진, 개혁 로드맵의 실현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개정돼야 해 입법부와의 협치 문제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정치세력 간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서 반드시 풀어야 한다”(노동)고 강조한 점도 이 같은 한계를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회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겸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모두 국회에서 법을 통해 개혁이 완성돼야 하는데 여소야대”라며 “결국은 국민여론밖에 없다. 국민여론이 이 개혁을 하지 않는 정당에 압력을 가하고 선거를 통해서 심판하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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