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책임 빼고 노조 탓만…윤 대통령 ‘기울어진 노동관’읽음

유정인 기자

“노동개혁이 최우선”…짙어지는 반노조 기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겸해 열렸다. 강윤중 기자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겸해 열렸다. 강윤중 기자

노조를 척결 대상으로 규정하며 부패한 범죄집단화
화물연대 파업에 강공 먹혔다 판단, 압박 수위 높여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노동조합 부패를 한국 사회의 3대 부패 중 하나로 규정하고 반노조 기조의 ‘노동개혁’ 방향을 명확히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원인으로 노·노 간 착취를 명시한 반면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자유민주주의 파괴·타협불가 세력으로 못 박은 데 이어 노조를 노동자 착취집단화, 범죄집단화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노조를 척결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두드러져 ‘노조 없는 노동개혁’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동시장에 이중구조 개선이라든가 이런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 간 착취적인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노 간 이중구조와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하고, 그(노·노) 사이에서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착취 구조가 존재한다면 그 자체가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된 책임을 노조에 지우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열악한 노동자 처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제도 정비, 사용자의 책임 강화, 조합원 지키기를 넘는 노조의 역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언급하는 대신 ‘노·노 착취 구조’를 거듭 강조했다. 거대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가 다른 노동자 착취로 이어지고, 이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 원인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패 문제도 기업의 부패에서 ‘노조의 부패’로 이슈 전환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강조하면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될 3대 부패의 하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 부패 척결의 첫 단추가 기업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였다고 언급하면서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해 온 흐름에 더해 노조를 ‘문제집단’으로 인식하는 노동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노조 부패 언급과 관련해 “귀족 노동자, 청년세대 일자리 진입을 가로막는 등 노조의 불법, 폭력 문제, 그리고 이권을 강요하는 무력이 있다면 노사 법치주의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3대 개혁 중 최우선 과제로 들고, 특히 노조 압박에 집중하는 점은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당초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내세우며 동시다발적 추진을 염두에 둬 왔다. 최근에는 노동을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렸다. 대통령실의 3대 개혁 나열 순서에서도 노동이 가장 첫 번째로 바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라는 돌발변수가 노동개혁이 우선순위가 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 총파업에 강경 대응을 이어간 것이 ‘원칙적 대응’으로 평가되며 지지율 상승 효과가 나타난 점이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대 개혁 전체에 대한 여론의 동력을 마련하려는 목적과 함께 연령별 지지율이 가장 낮은 청년층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노·정 충돌 심화는 불가피해졌다. 윤 대통령이 노조를 노동개혁을 함께할 주요 축이 아닌 ‘척결 대상’으로 주로 언급하면서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 반발이 강하게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노동자 간 대립구도를 활용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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