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무인기 대응 비판에 수위 높인 윤 대통령

심진용 기자

북 영공 침범에 연일 초강경 발언

군 ‘안일한 대비’ 책임론 차단 의도

남북 긴장 고조…국민 불안감 키워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무인기 대응 비판에 수위 높인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9일엔 “전쟁 준비”를 입에 담았다.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지만 ‘안이한 대응’ 비판에 대한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 통수권자의 사후약방문 격인 강경 발언이 되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민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전쟁을 생각하지 않는,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 군이란 있을 수 없다”며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참모회의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며 “북한에 핵이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고 발언한 데 이어 한층 수위가 높은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 도발과 관련해 공식석상에서 ‘전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0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국민의힘 일각에서 독자 핵무장론과 함께 “전쟁을 막으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식의 강경 발언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엄정한 대응’을 강조하고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수준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무인기 침범 당일인 지난 26일 ‘북한에서 무인기 1대가 내려왔다면, 우리는 2대 또는 3대를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라’고 군에 지시했다는 사실이 이틀 뒤 알려졌다. 지난 27일에는 “그동안 도대체 뭐한 것이냐”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고, 국무회의에서는 “2017년부터 드론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며 전임 정부 책임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우선 북한의 대남 위협에 대한 확고한 대응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무인기를 북으로 침투시키는 것은 적을 억제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창”이라며 “당시 원점 타격도 준비하면서 확전 위험을 각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국민을 지켜야 하는 통치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ADD 방문 일정을 사전 공지한 것도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비칠 수도

그러나 한편에선 ‘안일한 대응’을 둘러싼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무인기 침범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고, 관련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용산 청사에서 비공개 만찬도 열었다.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하고, 새 떼·풍선 등을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안보 무능론’도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전쟁 준비’를 말하는 등 군 지휘부 차원에서 할 법한 발언을 내놓는 것이 자칫 불안감을 가중하고 한반도 긴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도발에 지난 5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측면에서 한번 정도는 제대로 화를 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계속 참모진이나 군을 몰아붙이는 모양새만 되면 이후 대응체계를 만들어가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북한이 바라는 것도 그런 모습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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