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불출마…‘민심’ ‘당심’ 빠지고 ‘윤심’만 남은 국민의힘 전대

유정인 기자    유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당 전당대회(전대)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대회로 정리됐다. 차기 국민의힘 대표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당 전대가 윤심 확인 대회로 굳어졌다. 윤 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은 높아졌지만 당무 개입 논란, 전대와 내년 총선에 대한 책임론에도 스스로 불을 지피게 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선당후사(당이 우선) 인중유화(인내 속의 화목)” “저의 물러남이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단일대오’를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취지다. 대통령실과의 충돌이 불출마 결심의 주된 이유가 됐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나 전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여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대 과정에 윤 대통령이 개입한다는 당무 개입 논란을 의식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불출마가 순리라고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결국 자신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본다”면서 “당무 개입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 위원장으로서의 그간의 행보에 비춰보면 오해를 살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여당 대표 출마 여부에는 침묵하면서도 나 전 의원 행보를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 부위원장이던 나 전 의원이 지난 6일 ‘출산시 대출 원금 탕감’ 정책 구상을 밝히자 다음날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고 비판하며 충돌이 공식화했다. 지난 13일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하고, 지난 17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나 전 의원을 저격하면서 재차 비윤 후보 낙인을 찍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노골적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집권 2년차 당정이 한 몸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찍어내기’에 힘이 실렸던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여당 전대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2파전 구도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구도 정리에 윤심이 최우선 변수로 작용했다는 지직은 피하기 어렵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대 규칙(룰)에서 민심 반영 항목을 없애고 결선투표를 도입했다. 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당원투표 100%가 낫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전체 국민 선호도 1위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부상을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도 대통령실의 비윤 후보 낙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반윤 우두머리”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결국 민심과 당심에서 각각 선호도가 높았던 여당 차기 당대표 후보들이 윤심에 따라 정리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후 전대 결과와 차기 지도부 성패에 윤 대통령 책임론이 연계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여당 전대의 유일한 변수가 윤심이 되면서 미래 비전과 건강한 당정 관계를 말하는 목소리는 쪼그라들었다. 2파전 구도에서도 ‘누가 더 윤심에 가까운가’가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대 룰 변경과 후보 정리 등 과정에서 대통령실 역할이 두드러지면서 당정 간 협력에 기반한 견제는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윤심으로 묶이면서 올해 국정과 내년 차기 총선에서 ‘올 오어 낫씽(전부 아니면 전무)’ 기조의 긴장 구도가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날인 26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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