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회계 공개 거부하는 노조에 단호한 조치”

“강성노조 폐해 종식 없이 청년 미래 없다”

회계자료 미제출 노조에 정부 사업 배제,

세액공제 원점 재검토 등 강경책

‘노조 때리기’에 노·정 갈등 악화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노동조합의 회계 자료 정부 미제출 논란을 두고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무관용 엄정대응’ 기조로 미제출 노조 207곳에 대해 과태료 부과, 정부보조금 제외, 조합비 세액공제 원점 재검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계 투명성 강화를 고리로 노조 옥죄기 형태의 ‘노동개혁’이 본격화하면서 노·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 “노조개혁의 출발점은 노조회계의 투명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노조 부패를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3대 부패’로 꼽고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해 온 것의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불러 대응방안을 보고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조의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공정한 노동시장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기득권 강성노조의 폐해 종식 없이는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가 없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회계 자료 공개를 ‘법치’ 확립, 기득권 강성노조 ‘정상화’ 작업으로 규정한 발언이다. 노조와 청년 세대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립항으로 두면서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 장관이 보고한 대응방안은 각종 법·제도적 강경책을 망라했다. 우선 회계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정부 현장조사를 기피할 경우 추가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노동단체지원사업 대상 배제, 지원금 조사를 통한 부정 적발, 현행 15%인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 원점 재검토 등도 추진한다. 노조회계 공지 시스템 구축과 노조 불법행위 처벌을 강화한 법·제도 개선에도 착수하겠다고 했다. 투명성 강화를 담은 법·제도 개선방안은 3월 초, 노동시장 이중구조 종합대책은 4월 중 발표하겠다고 대략의 일정표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은 뒤 차질 없이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당부했다고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개혁의 출발점을 ‘노사법치’에 두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취약계층 전체에 도움이 되고 그런 면에서 회계투명성이 기본”이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이 장관은 전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16일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조와 연합단체 327곳에 회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207곳(63.3%)이 전체 또는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14조를 근거로 회계 자료 등이 노조 사무실에 비치·보존돼 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조합원 열람권 보장을 내세웠으나 정부가 직접 이를 점검한 게 이례적인 데다가 민감한 정보가 담길 수 있는 ‘내지’까지 요구해 노조의 반발을 사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이를 ‘노조 자율성 침해’, ‘월권’으로 규정하고 향후에도 내지 제출 등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장관은 “과거 정부가 노조를 약자로 보고 법에 나온 정부의 책무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는데 여러 산업 현장의 (노조) 불법비리와 공정성 바라는 MZ 세대 등장 등을 감안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탄압이라는 노동계 주장에는 “법을 노사불문 엄정하게 일관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계에서 부당노동행위 근절, 체불임금 근절과 사업주 처벌 등을 말하면 그건 사용자 탄압인가”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비치 및 보관한 자료를 열람하고자 하는 조합원에게 규약 절차대로 공개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좌표찍기는 노조의 기본 토대인 자율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법 14조가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라고 규정한 것은 노조 운영의 민주성을 위해 구성원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지, 행정관청이 이를 관리감독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동부는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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