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수본부장 부실검증엔 사과 없이 “학폭 대책 조속 마련”

유정인 기자    유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교육부에 학교폭력(학폭) 근절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의 학폭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취소한 뒤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논란의 핵심 축인 인사검증 부실 문제를 두고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검증 책임론 확산에 선을 긋고 사안의 초점을 학폭 근절에 맞추려는 행보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교육부는 지방 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학폭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날 연세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서도 학폭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 부총리에게 “산업현장 법치를 세우는 것처럼 교육 현장에도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간의 질서와 준법정신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방적, 지속적, 집단적 폭력은 철저히 근절시켜야 한다”고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교육부는 대통령 지시 즉시 학폭 근절대책을 3월 말까지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오래된 문제인데 해결 노력이 부족했다. 이번에 정면으로 보고 대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수사본부장 ‘인사참사’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줄기다. 학폭과 3심까지 이어진 전학처분 취소소송을 검증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부실 검증 그리고 학부모의 2차 가해와 지연 소송까지 이어진 학폭 사태 자체다. 윤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는 이중 전자에는 침묵, 후자는 적극 대처로 요약된다. 부실 검증 책임론에는 선을 긋되 여론 악화를 고려해 학폭 근절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정 변호사 임명 취소를 두고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이도운 대변인 브리핑)고 밝혔다. 검증 한계를 인정하고 보완책을 찾겠다고 했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검증 부실 논란에서도 정 변호사 개인 책임을 부각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사전질의서에 (학폭 관련 사항을) 정확히 기재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자녀 관련 문제가 있고 본인도 그런 소송에 관련돼 있으면 공직에 나서는 것이 옳았는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 라인 문책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사퇴에서 임명취소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깨끗이 인정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사안 축소에도 책임론은 확산일로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단계별 검증을 진행한 만큼 정 후보자 답변서에만 기대 기본적인 송사 파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 보도와 관련 소송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당시 인권감독관이던 정 변호사와 함께 일할 때 진행됐다. 당시 같은 지검에 근무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도 이를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인사 난맥상이 윤 대통령의 뚜렷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 없이 흘러가는 사례는 축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고위 공직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한 지난 해 7월엔 출근길 문답에선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 다른 정권과 비교해보라”고 했다. 논란 끝에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한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는 “임명이 늦어져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받느라고 고생 많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난맥상을 두고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검증 실패 → 낙마 → 책임론 선긋기’가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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