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협력 가능?” “3·1절에 굳이?”…윤 대통령 3·1절 기념사에 쏟아진 시민들 비판 목소리

김세훈 기자    김송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일본과의 연대·협력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104주년 3·1절 기념사를 두고 여론도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독도, 역사 왜곡 교과서 등 산적한 양국 문제 중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게 없는데도 저런 메시지를 낸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1일 경향신문이 만난 시민들은 “기념사에서 역사 인식을 찾아볼 수 없다” “삼일절에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 등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시민들은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와 반성 없이는 연대와 협력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오정임씨(49)는 “과거사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시돼야 할 피해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외교적 입장만 내세우며 일본과 협력을 말한다”면서 “연대·협력을 하려면 당사자 간의 공통된 역사 인식, 합의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연대·협력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학생 강희주씨(22)는 “다른 날도 아니고 우리가 일제에 맞서 싸운 3·1절에 ‘일본은 협력파트너’라고 하는 것이 충격적이었다”며 “일본은 과거사 반성은커녕 독도 인근에 군함을 보내며 군사대국화를 꿈꾸고 있는데 이런 일본을 응원하는 것 같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승찬씨(26)도 “강제동원·위안부 성노예제 등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과 연대하겠다는 내용을 보고 정부가 정말 역사 인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3·1절인 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진행된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3·1절인 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진행된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날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참여한 김동식씨(27)는 “역사적 맥락 없는 협력은 진정한 협력이 될 수 없다”며 “언젠가는 일본과도 협력파트너가 될 수 있겠지만 식민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협력을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임계재씨(70)는 “역대 정부 중 이렇게 연대 의식이 없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과거사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한 대목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서울광장 3.1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황형재씨(39)는 “현 정부 들어 북한과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데는 미국·일본 등 강대국 영향도 큰 것 아니냐”며 “한반도 평화는 남북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현 정부는 국제관계만 따져 강대국 눈치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제강점기’ ‘매국노’ 등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랐다. 한 누리꾼은 “오늘이 3.1절인데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고 싶어도 오늘같은 날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지 않나”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역대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비교하며 “기념사가 엄청 짧다”고 했다.

“세계사 변화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 받았던 우리의 과거”라는 기념사 표현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일제강점기가 우리나라가 국제정세를 못 읽은 탓이란 거냐”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 말 맞나” “식민사관 그 자체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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