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반대에도 “피해자 입장 존중”이라는 윤 대통령

유정인 기자    유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두고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전날 정부안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힌 피해자들의 시각과 극명하게 엇갈렸다. 피해 당사자 입장과 비판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한·일 협력 필요성을 집중 부각하는 ‘마이웨이’ 행보를 지속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에서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론에 공개된 회의에서 정부 배상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 피고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확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과거 한국 정부의 피해자 배상 내역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당한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합당한 배상을 받도록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부터 꾸준히 노력해 왔다”면서 “1974년 특별법을 제정해서 8만3519건에 대해 청구권 자금 3억 달러의 9.7%에 해당하는 92억원을, 2007년 또다시 특별법을 제정해서 7만8000여 명에 대해 약 6500억원을 각각 정부가 재정으로 배상해 드렸다”고 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인 일본 측 배상 책임과 피해 당사자 입장을 빼놓고 다년간 다수의 정부 배상이 이뤄진 사실만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배상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법원에서 승소한 원고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재원 마련에 일본 기업 참여하지 않는다. 이를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 대리인 등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 사법 책임을 면책해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즉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했다”는 윤 대통령의 설명은 현실과 맞지 않다.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들은 정부가 “일본 입장만 존중했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윤 대통령에 대해 “한국 사람인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다.

이날 윤 대통령은 피해자 반발과 비판 여론에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일본 정부에 강제징용과 관련한 명시적 사과나 적극적 배상 참여 등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전날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내놓은 상황에서 추가적 압박에도 나서지 않은 셈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에 ‘면죄부’를 주며 협상을 서둘러 종결했다는 비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발언에는 비판 여론 설득보다 한·일 협력 필요성을 집중 부각하는 것으로 ‘반쪽 협상’ 비판을 돌파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 이어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재차 밝힌 데도 이같은 취지가 녹아있다. 그는 한·일 양국 시민들의 교류 현황과 양국 교역 규모를 구체적 수치를 들어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 각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과 아울러 경제계와 미래세대의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지원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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