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자유’ 고리로 ‘통일’ 8차례 언급…실질 남북 관계 진전은 요원

유정인 기자

광복절, 3·1절 연설에서 ‘통일’ 언급 처음

‘자유주의’ 통일관 강조…정부 통일방안 수정 예고

대통령실 “대화 열려있다, 북한 결심 기다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통일’을 8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3·1절 기념사 등 남북 관계 메시지가 담기는 주요 연설에서 통일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자유주의에 기반한 방식으로 공식 통일방안 수정을 추진하는 만큼 기념사에서 통일관을 재확인하며 강조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 의지를 천명했지만 경색된 남북 관계 속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주의’에 기반한 독립운동으로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이제 ‘자유를 확대’하는 통일로 독립운동 정신을 완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독립과 국가 발전 과정, 통일까지 ‘자유’를 연결고리로 삼았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자유를 확대하고, 평화를 확장하며,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과 3·1절 등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경일 행사 연설에서 통일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취임 첫해인 202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비핵화 실천 방안인 ‘담대한 구상’을 밝혔지만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라며 통일이 아닌 ‘평화’에 방점을 찍었다. 당시 “독립운동 정신인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고 한 데서 이번에는 지향점을 ‘통일’로 못 박았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선 한·일 관계에 집중하며 남북 관계는 아예 다루지 않았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도 ‘통일’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 현실”과 “반국가세력”을 말하며 대결적 남북관을 부각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통일을 거듭 말했지만 남북 관계에서 정부의 변화된 기조나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날 연설에 자유에 기반한 통일 원칙을 재확인한 점을 제외하면 남북 경색 국면 해소를 위한 새로운 제안이나 정부 조치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여전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가며,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600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멸의 주적’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담대한 구상 발표 이후 (남북)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우리가 일관되게 견지하는 것은 각 급에서 남북 대화에도 우리는 열려 있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결에 열려있다는 것이고 북한 당국의 결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경우’를 전제로 비핵화 진전에 맞춰 경제·정치·군사 등에서 포괄적 프로그램을 이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복귀 등 ‘조건’에 응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가동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실제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고 남북 관계 단절도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담대한 구상은 발표 뒤 1년7개월간 구상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날 기념사는 윤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 수정 방향을 확고히 해나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앞서 30년간 유지돼 온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손 보겠다고 밝히고 이를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화두로 강조해 온 ‘자유주의’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수립된 한국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다. 자유·평화·민주의 기본 원칙을 토대로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 3단계 통일방안을 담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 자유주의 철학이 더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세 가지 원칙과 기계적인 3단계 통일방안이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철학과 비전이 누락돼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통일관과 통일비전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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