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모든 독립운동” 부각에 심어진 ‘이승만 띄우기’

유정인 기자

대통령실 “그동안 과도하게 무장독립투쟁 강조”

제 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상영된 독립운동 관련 영상 일부.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제 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상영된 독립운동 관련 영상 일부. 대통령실 유튜브 캡처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105주년 3·1절 기념사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함께 돌아보았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장독립운동만 강조돼 왔다고 판단해 ‘모든’ 독립운동을 언급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외교독립운동을 환기하면서 현 정부 들어 활발해진 ‘이승만 띄우기’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 “교육과 문화독립운동에 나선 실천가들”을 차례로 언급하고 이들 모두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으며 온 국민과, 더 나아가 우리 후손들이 대한민국의 이 자랑스러운 역사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독립운동의 주체로서 그동안 과도하게 무장 독립 투쟁이 강조돼 왔다”면서 “일제에 저항해서 무슨 무기를 들고 무장 투쟁한 사람만 우리 독립에 기여했다고는 볼 수 없고 모든 국민이 1919년 이후 지향한 정신이 골고루 녹아 전해져 온 것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정부가 지난해 항일무장투쟁에 나섰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독립운동가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다. 윤 대통령 기념사 전 기념식장에서 상영된 영상에는 ‘외교독립운동’ 부분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한 워싱턴회의 등을 적시했다. 워싱턴회담은 1921년 미국 등 9개국의 군축회담으로,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상하이(상해) 임시정부에서 권한을 위임받아 회의 참석을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영상에는 ‘1954년 7월 28일 이승만 초대 대통령 미의회 연설’ 장면도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과 나란히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이 전 대통령을 2024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고, 이승만 기념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의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 4·19 혁명으로 인한 하야 등 어두운 부분은 눈을 감은 채 일방적으로 공을 부각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날 기념사 다른 부분에도 이 전 대통령의 공을 부각하려는 내용이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연설 중 한국의 발전상을 전하면서 “그 어떤 시련도 자유와 번영을 향한 우리의 도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면서 “자본도 자원도 없었던 나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고속도로를 내고, 원전을 짓고, 산업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부분을 두고 “결국 (이승만, 박정희) 두 분 대통령의 결단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원전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도 “원전의 기초를 다지신 분은 이승만 대통령으로 실로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를 이어받아 박정희 대통령께서 1969년 최초의 원자력 장기계획을 세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또 “저와 정부는, 독립과 건국, 국가의 부흥에 이르기까지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기억되도록 힘을 쏟겠다”며 독립과 건국을 구분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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