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 수준 회담…윤 대통령, 국정 부담만 키웠다

유정인 기자

대부분 사안 기존 입장 유지

야당 ‘독자 처리’ 명분 쌓여

반전 계기 못 만들고 ‘대치’로

포스트 총선 정국의 가늠자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회담이 사실상 ‘결렬’ 수준으로 마무리되면서 향후 정국은 한층 얼어붙을 수도 있어 보인다. 지난 2년간 극단적 정치 실종과 대치 국면 속에 쌓여온 과제들을 두고 양측은 의견 접근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이 ‘독자적 과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은 회담 전보다 늘어나게 됐다.

이날 135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브리핑 분위기는 엇갈렸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정치의 복원과 협치의 시동이 총선 민심이며 오늘 만남은 민심 순응 과정”이라면서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기조 전환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회담에 올라온 과제들은 그간 여야 강 대 강 대치의 중심에 선 이슈들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민주당발 의제’에 화답하는지가 회담 성패를 가를 거란 전망이 많았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국정운영 동력과 직결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어떤 의제들에서,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혔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대부분 사안에서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총선 후 첫 대국민 메시지를 냈던 지난 16일 국무회의에 이어 다시 한번 ‘국정기조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정 방향과 정책은 옳고 정부는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에게 전달되기에 미흡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은 커지게 됐다. 최근 직접 두 차례 언론 브리핑에 나서고, 취임 후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를 만나며 소통 확대를 돌파구로 삼으려 했지만 ‘만남 그 이상’의 협치 기류를 형성하는 데 미치지 못했다. 중대 기로였던 회담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새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여당 일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쌓이는 중이다. 야당의 공세와 맞물려 국정 리더십이 상시적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수석이 “향후 정치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소통과 협치가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단서를 단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당장 5월 임시국회부터 여권을 향한 공세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사안별로 이전과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은 총선 대승 뒤 ‘일방적 밀어붙이기’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덜었다. 윤 대통령의 ‘거부·무응답’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민주당의 독자 처리에 대한 명분을 쌓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본회의를 열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표결도 회기 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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