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무혐의’ 결론···‘청탁 대가성 없다’ 판단

지난해 3월16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16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같은 수사 결과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김 여사의 행위를 처벌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지만 ‘봐주기’란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특검 도입 필요성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최근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이 지검장에게 보고했다. 대검찰청에도 보고서를 송부했다. 이 총장이 지난 5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이 지검장은 22일 예정된 정기 주례보고 자리에서 이 총장에게 김 여사 사건 수사 결과를 직접 보고할 예정이다.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은 총장 보고 뒤 최종 결정된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은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과 국정자문위원 임명,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청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런 청탁이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거나 실현되지 않았고,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경우 배우자 처벌조항은 없지만 공직자가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수사팀은 그간 김 여사와 대통령실 행정관들, 최 목사 등을 조사했다. 김 여사가 받은 가방 실물도 제출받아 확인했다. 김 여사 측은 조사에서 김 여사가 가방 반환을 지시했으나 행정관이 깜빡 잊고 돌려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받을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다. 수사팀은 이 진술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선물은 감사의 표시, 만나기 위한 수단의 의미도 있고 청탁의 의미도 있는 것”이라며 “잠입취재라는 이유에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면 납득하겠지만, 직무관련성이 없고 청탁도 아니라는 이유로 무혐의로 판단한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은 변수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다.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출장조사’ 논란 등으로 검찰의 공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 만큼 이 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수 있다. 최 목사도 오는 23일 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할 예정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론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정치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수사팀이 내린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수사가 종료되면서 지난달 20일 김 여사 조사 당시 ‘총장 패싱’ 논란에 대한 진상파악이 다시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 총장은 자신에게 보고 없이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 경위를 파악하라고 대검 감찰부에 지시했으나, 이 지검장과 수사팀 반발로 사실상 중단됐다. 검찰 내에선 이 총장이 다음달 15일 퇴임할 예정이어서 진상파악도 유야무야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의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는 애초부터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영상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묵히다가 지난 5월 이 총장이 “신속·엄정한 수사”를 지시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총장의 지시 직후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이 전원 물갈이 되면서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출장조사’ ‘총장 패싱’ 등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도 있었다. 검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대신 공직자의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청탁금지법에만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검찰을 비판하며 특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치 검찰이 엉터리 면죄부를 내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다면 특검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윤 대통령과 김씨의 죄를 가리려 해도 저지른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윤석열·김건희 쌍특검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수사 지휘 라인 길들이기 인사, ‘황제 출장조사’ 등 수사 과정에서부터 봐주기 수사는 예견된 것이었다”며 “검찰 스스로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수사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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