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위촉, 검찰총장 권한 커
당일 검찰 의견서로만 판단
위원 명단·회의 모두 비공개
정당성 도구로 그칠 가능성
이원석 검찰총장이 “검찰 외부 의견까지 경청해 공정하게 사건을 최종 처분하겠다”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회부했지만 공정한 심의가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제도적 한계 때문에 수심위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명분을 주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경향신문이 취합한 법조계 인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수심위는 위원 구성 권한이 검찰총장에게 너무 쏠려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검찰청 예규인 수심위 운영지침은 150~300명의 위원 풀(후보군)을 검찰총장이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위촉한다’고 규정했다. 구체적인 위촉 기준·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다.
2018년 수심위 도입 이래 역대 검찰총장은 검찰 안팎에서 추천받은 인사 가운데 위원을 위촉해 왔는데, 총장이나 정권 성향에 따라 위원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개별 사건을 심의하는 현안위원회 위원 15명을 후보군 중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해도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위원 명단이 비공개라 외부 검증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변호사·법학 교수 등 검찰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법조계 인사가 위원 다수인 점도 지적된다. 검찰 외부의 시각으로 검찰의 수사·기소를 살펴보겠다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직군, 전문 분야, 성별, 정치 성향 등 구체적인 요소에 따라 집단을 구분해 현안위원을 선정하는 것이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수사 계속·기소·구속영장 청구 등 피의자·피해자 등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을 권고하는 기구이지만 논의가 졸속으로 이뤄질 소지가 크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위원들이 사건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회의 당일 검찰 등이 제공하는 의견서와 설명만을 근거로 몇 시간 만에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확인하고 싶은 사항이 있어도 사건 주임검사에게 질문하는 것 외에 추가 자료를 제공받을 수도 없다.
수심위 회의는 비공개이고,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는다. 수심위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최소한 회의록은 남겨야 하고, 위원들에게 수사기록 열람만이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심위 운영 근거를 법률 또는 시행령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