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가 위법했는지를 심사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요식 절차에 그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외부 인사인 수심위원들이 ‘김 여사가 받은 선물은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결론을 내려놓고 한 수사’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검찰이 수심위원들이 김 여사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사기록 등 근거자료를 사전에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가 2022년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 180만원 상당의 명품 향수와 화장품, 40만원 상당의 양주 등이 모두 윤 대통령 직무와 무관하며 청탁의 대가도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청탁금지법과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이 입증돼야 하는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 역시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사회 전반에 포괄적인 영향력을 갖는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민들도 ‘검찰 수사는 봐주기였다’라는 평가가 다수다. 검찰 관련 위원회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A변호사는 28일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이 (일반인은) 쉽게 받을 수 없는 선물을 받고, 그 과정에서 얘기(청탁)가 나왔다면, 단순히 사적인 선물에 불과하다는 게 상식적이냐”며 “(수심위가) 검찰 결론을 쉽게 추인하는 식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원들도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잘 알기 때문에 보완수사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B변호사는 “몇 대 몇으로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심위에서 검찰과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의결과정에서 위원 중 몇 명이 기소 의견을 내느냐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근소한 차이에 불과할 경우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증폭될 여지가 있다.
수심위에서 김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 등 특혜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수사팀과 김 여사 변호인 등이 각각 제출할 최대 30쪽 분량 의견서와 최장 45분의 설명만으로는 위원들이 그간 갖고 있던 막연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수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심위 출석을 희망하는 최 목사 측이 수심위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위원들이 사전에 검찰의 수사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야 수심위가 김 여사 처분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국민적 관심 사건을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겠다’는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려면 수심위 개최 전 위원들의 수사기록 열람이 보장돼야 한다”며 “수사기록을 봐야 검찰이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