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일 김건희 여사와 최재영 목사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명품가방을 주고받은 행위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여사의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도 내놨다. 검찰은 “철저한 조사와 법리 검토 끝에 나온 결론”이라며 “논란을 매듭지었으면 좋겠다”고 밝혔지만 ‘현직 대통령 부인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최 목사로부터 총 52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 화장품, 양주 등을 받은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냈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논리를 윤 대통령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리는 데도 적용했다.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윤 대통령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김 여사는 검찰조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최 목사의 청탁이나 선물과 관련해 말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등을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 초대 및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목사는 김 전 의원 사후 국립묘지 안장과 통일TV 송출 재개도 요청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 여사가 따로 응답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절했거나, 선물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최장 1년가량 지난 다음 요청을 받았으므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의원 국립묘지 안장 요청은 김 여사가 대통령실 행정관들로부터 보고받지도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최 목사는 당초 자신이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준 데에는 ‘청탁 목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두번째 검찰 조사를 기점으로 ‘청탁 목적도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핵심 피의자의 진술이 바뀐 것인데 검찰은 이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바뀐 최 목사의 진술은 ‘우호적 관계 유지, 접견 수단은 맞는데 이에 더해 청탁 의미도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법적 평가만 달리한 것이어서 추가 조사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것도 불기소 이유다. 검찰은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다며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법 개정 의견을 개진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서 ‘입법 미비’를 지적하며 법률 제·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5개월간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했다”며 “논란을 매듭지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했다면서 “법률가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높은 관심과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검찰의 희망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부인이 수백만원대 선물을 받아도 아무 문제를 삼을 수 없다는 결론은 시민들의 상식과 괴리가 있는데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까지 자초했기 때문이다. 최 목사 사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그간의 관례를 깨고 수용하지 않은 것도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검찰은 김 여사 특혜조사 논란에 대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 대상인 여사 경호와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최 목사 사건 수심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선 “최 목사의 뒤바뀐 일부 주장만으로 공소유지나 입증이 어렵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 소위원장은 “피의자 말만 듣고, 검사가 휴대전화도 반납한 채 황제조사를 했다”며 “국민 누구도 본 적 없는 수사”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이번 사건으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