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황제 관람’ 논란을 빚은 국악공연의 기획자로 지목된 최재혁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방송기획관이 김 여사의 국립소록도병원 방문 일정에도 동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V는 이후 관련 소식을 유튜브 방송으로 특집 송출했는데, 김 여사의 단독 일정 홍보에 KTV가 동원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지난해 12월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14일 KTV로부터 제출받은 출장 명세서를 보면, 최 비서관은 KTV방송기획관이던 지난해 11월6~7일 1박2일간 전라남도 고흥군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명세서에는 공용차량 이용 없음, 일비·식비 각각 5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출장 목적과 내용에는 ‘프레지던트 다이어리 제작 관련 사전 현장 방문 및 미팅(국립소록도병원)’이라고 기재됐다.
그의 2023년 1~11월 출장기록표에 따르면 총 65건의 출장 중 서울을 벗어난 출장은 경기도 안성(2023년 7월14일)을 제외하고는 전남 고흥이 유일했다. 출장 일정 중이던 11월6일에는 고흥의 한 장어구이집에서 ‘프레지던트 다이어리 제작 관련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11만2000원을 지출했다. 참석 인원은 6명으로 보고됐다.
이 일정은 김 여사의 소록도병원 방문 일정과 시기가 겹친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7일 전남 순천 아랫장 전통시장을 방문한 뒤 고흥으로 이동해 소록도병원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대구를 방문해 윤 대통령 부부가 각각 단독 일정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은 당시 김 여사의 소록도병원 방문 일정을 소개하며 “사회적 약자인 한센인을 위로하고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의료진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최 비서관은 KTV방송기획관 시절 김 여사의 소록도병원 방문을 홍보하는 KTV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출장 목적으로 밝힌 <프레지던트 다이어리>는 김 여사의 소록도 방문 이후 9일이 지난해 11월16일 관련 소식을 약 17분 분량으로 온라인 생방송했다. 소록도병원 방문 때 촬영된 김 여사 사진 10여장이 파노라마 형식으로 이어졌고, 박혜경 소록도병원장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 방문 당시 분위기와 그가 눈여겨본 곳 등을 소개했다.
방송은 뒤이어 같은달 11월8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딸인 라우라 마타렐라 영애와 김 여사의 접견 소식도 전했다. 방송 중간중간 패널들은 “김 여사가 인권이나 포용성, 편견 해소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김 여사님 하면 K컬쳐 영업사원” 등 김 여사의 행보를 추켜올렸다. KTV가 운영하는 윤 대통령 국정홍보 유튜브 채널인 ‘윤니크’에도 같은달 12일 김 여사의 소록도병원 방문을 주제로 한 1분39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최 비서관은 지난해 10월31일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KTV 국악공연 행사의 기획자이자 실무 책임자로 알려졌다. KTV 측은 ‘무관중 행사’라 알렸으나 김 여사가 국악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최 비서관은 또 지난해 4월 윤 대통령 부부의 미국 국빈 방문 때 대통령실 출입 기자가 아님에도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순방에 동행한 사실이 이날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도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최 비서관이 김 여사의 소록도 단독 일정에도 동행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지난해 12월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에 기용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하종대 KTV 원장도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경기 부천병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바 있다. 김재원 의원은 “최 전 KTV방송기획관은 김 여사만을 쫓는 행보를 보인 덕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영전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KTV가 김 여사만을 위한 행사와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국감에서)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이날 소록도 방문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건 기자에게 “병원이라 잠시 후 연락드리겠다”고 답한 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 비서관은 오는 15일 국회 문체위 KTV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지병으로 인한 병원 입원 치료를 사유로 불출석을 통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