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축구 주말리그제 6개월 ‘감독들의 현장 목소리’

조미덥기자 zorro@kyunghyang.com
2009.08.27 17:51

꾸준한 경기로 전력 상승…대입 미반영·쉴시간 부족

초·중·고등학교 축구에 주말리그제가 도입된 지 반 년이 지났다. 주말리그제는 ‘공부하는 학원축구’라는 모토로 권역별로 리그를 쪼개 주중에는 학업을 하고 주말에만 경기를 치르는 제도다.

주중에 공부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고교축구 주말리그제가 시행 두번째 학기를 맞이했다. 사진은 지난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과천고-현대고의 대통령 금배 결승전 장면. | 강윤중기자

주중에 공부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고교축구 주말리그제가 시행 두번째 학기를 맞이했다. 사진은 지난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과천고-현대고의 대통령 금배 결승전 장면. | 강윤중기자

지난주까지 안동에서 열린 대통령 금배 고교축구대회에 출전한 고교 지도자들은 주말리그에 대해 많은 의견을 쏟아냈다. 지도자들 대부분은 주말리그제가 장점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성급하게 시행된 탓에 개선할 문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 장점 - 전력 상승 / 프로 의식 성장 / 수업 보장

꾸준한 경기를 통해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광명공고 신명철 감독은 “지난해까지는 오랜만에 전국대회에 나가서 예선 탈락하면 실전을 몇 경기 못 치르고 그냥 돌아와야 했다”면서 “지금은 매주 게임이 있으니 집중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자기 관리 의식도 좋아졌다. 운봉공고 박광현 감독은 “단기 토너먼트 대회와 달리 장기리그제에서는 선수들이 스스로 꾸준히 몸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축구를 직업으로 보고 프로 의식도 조금씩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공고 김대수 감독은 “힘들긴 해도 수업에 들어가서 하나라도 배우고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 문제점 - 입시제도와 엇박자 / 부상 우려 / 피곤한 학생들

주말리그제가 현재 대학입시제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적잖아 3학년이 피해를 본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인고 문선철 감독은 “아직 주말리그제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많고 특기자 제도가 남아 있다 보니 주말리그제를 형식적으로 하고 전국대회에 집중하는 팀도 적잖다”고 말했다. 능곡고 최범수 감독은 “1학기 수시 때 입시 윤곽이 사실상 결정되는데 후반리그가 끝나는 10월 이후에 리그 출전 자료를 산정한다면 대학 진학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꼬집었다.

선수들 부상도 걱정이다. 주중 수업과 훈련, 주말 경기 순으로 계속 돌아가는 일정 때문에 선수들은 다쳐도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수층이 얇은 팀은 더욱 상황이 나쁘다. 서해고 권백진 감독은 “뛸 수 있는 선수가 15명 내외”라면서 “한두 명이 다치면 다음주 경기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 밖에 지역 최강팀은 다른 지역 강팀들과 싸울 기회가 줄었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 현장은 이렇게 원한다

보인고 문선철 감독은 주말리그를 2학년 중심으로 9월에 시작해 수시 입시가 마무리단계에 들어서는 이듬해 여름에 마치는 방안을 제안했다. 주말 리그제가 대학입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킥오프를 반 년 앞당기자는 취지다.

학교 수업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과천고 박두흥 감독은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교실에 집어넣기보다 선수들의 수준에 맞춰 영어 등 꼭 필요한 교육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감독은 또 “지금처럼 2월, 7~8월로 전국대회를 한정시키지 말고 리그제 중간에도 휴지기를 두고 한두 개 대회를 치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 경기국 이해부 부장은 “주말리그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다보니 현장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 계속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말리그제

초·중·고교 축구 주말리그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의 주관 아래 올해 처음 실시됐다. 그중 고교 주말리그는 전국 135개팀이 13개 리그로 나뉘어 진행된다. 권역별로 10~11개팀씩 배정돼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맞붙는다. 주중에는 학교 수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주말에 실전을 치름으로써 학습권을 보호하고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취지다. 현재 축구팀이 있는 69개 주요 4년제 대학 중 42개 대학이 지난해처럼 전국대회 16강 이상 성적과 주말리그 성적을 모두 입시요강에 포함시켰다. 소속리그 3위(또는 4위) 이내 입상, 또는 소속팀 경기 시간 또는 경기 수 중 30% 이상 출전이 주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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