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
조남철 방송대 총장은 방송대와 사이버대학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원격교육 기관으로서 경쟁관계라기보다는 평생교육사회를 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보완관계라는 의미다. 전국에는 올 봄 인가를 받은 건양사이버대학을 포함해 22개의 사이버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 모두가 방송대의 강의 콘텐츠 활용방안을 방송대와 협의하고 있다. 건양사이버대학은 방송대의 교양강좌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조 총장은 사이버대와의 협력방안에 대해 “실무적 문제만 남아 있다”면서 “만일 경쟁관계에 있다면 사이버대학이 협력을 요청해 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방송대와 사이버대는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가. 설립배경과 시대상황이 다른 데 따른 커리큘럼에 큰 차이가 난다. 1972년 대학교육 소외자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방송대는 전통적이고 기초학문의 비중이 높다. 사이버대학은 10여년 전부터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전문인력 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실용적이고 실험적인 학문을 중시하고 있다.
사이버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방송대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이 있다. ‘블렌디드 러닝’이 그것이다. TV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와 대면 학습을 병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방송대의 온라인 학습은 TV·멀티미디어·웹·쌍방향 원격영상 강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방송대는 방송대학TV(OUN)를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학이 소유한 위성TV방송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의 13개 지역대학, 3개 학습센터 그리고 32개 시·군 평생학습관을 통한 스쿨링 학습과 학습지원을 한다. 서울 대학로 캠퍼스 내 8개동 중 3개동(본부, 전산센터, 학생회관)을 철거해 신축 중이다. 서관 신축은 지난해 6월 시작해 2012년 3월 완공, 동관은 내년 5월 시작해 2013년 12월 중 완공될 예정이다. 온라인 강의로는 부족할 수 있는 수업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전국 13개 지역대학 강의실에서 학기당 2∼3과목을 가르친다.
또 방송대는 학사관리가 엄격해 졸업률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이버대학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졸업할 수 있다. 조 총장은 “‘입학하기는 쉬워도 졸업이 어려운 대학’이라는 말은 대학이 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면서도 “학업 중도 포기를 막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센터의 일종인 통합학생 서비스 센터 운영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방송대는 학습성취도를 향상하고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지식 네트워크를 통해 튜터링과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원격교육에서 발생하는 학사일정, 교육방법 관련 의문점을 포함해 학습과 관련한 여러가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온라인 네트워크와 지역대학을 통해 학과튜터, 사이버튜터, 지역튜터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튜터는 교수자와 학습자의 중간에 위치해 이들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방송대는 해당분야의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중에서 튜터를 공개 선발하고 있다. 학과튜너는 255명, 지역대학 튜터는 110명, 사이버 튜터 6명 등 총 371명이 활약하고 있다. 대학 당국이 1학기 때 실시한 튜터링 제도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4.4점을 받았다. 그 효과는 등록비율 제고로 확인됐다. 올 2학기 등록비율은 61.1%로 방송대 역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방송대는 튜터 수를 2022년까지 10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일반 대학에서는 낯선 제도이지만 영국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이 튜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은 신입생 2명마다 튜터 1명꼴로 배정되어 있다. 튜터는 그 학생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긴밀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안내한다. 원격고등교육기관인 영국개방대학교의 경우도 7700명 이상의 튜터가 활약하고 있다.
멘토링은 신입생과 편입생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먼저 과정을 경험한 선배가 멘토로 후배를 지원하고 이끌어주는 제도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학사과정과 학업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멘토링으로 신입생과 편입생은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카운셀링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