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매니지먼트도 “나홀로 하지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3.08.20 22:00

‘1인 기획사’ 차린 연예인 늘어… 수익성 높지만 실패 확률도 커

배우 하지원(35)은 올 상반기 10년 동안 소속돼 있던 연예매니지먼트사 웰메이드스타엠을 떠나 홀로 1인 기획사 해와달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던 회사를 나온, 나름 힘든 결정이었다. 배우 서지석(32) 역시 에스앤케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나 홀로’ 활동을 하고 있다. MBC <해를 품은 달>에 출연했던 배우 정일우(26) 역시 매니지먼트 숲을 나와 억대 연봉 러브콜을 뿌리치고 1인 기획사 하루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가 됐다.

최근 스타들의 ‘1인 기획사’ 설립이 늘고 있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회사가 각광받는 취업시장과는 딴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실수나 판단착오로 인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 하지만 입지를 다진 많은 스타들이 1인 기획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업계 최초의 1인 기획사는 키이스트다. 2004년 배우 배용준(41)이 자신의 매니저였던 양근환 부사장과 함께 세운 BOF가 전신인 키이스트는 설립 10년 만에 소속 배우 30여명에 드라마 제작까지 하는 중대형 기획사로 성장했다. 비슷한 시기 이병헌(43)도 당시 매니저였던 손석우 대표와 함께 B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1인 기획사’를 세운 김승우, 하지원, 소지섭, 송승헌, 김태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경향신문 자료사진

‘1인 기획사’를 세운 김승우, 하지원, 소지섭, 송승헌, 김태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후 가수 비의 제이튠, 배우 송승헌의 스톰에스컴퍼니, 배우 장동건의 에이엠엔터테인먼트 등 당시 1인 기획사 붐이 일었다. 여배우들 역시 1인 기획사 설립 흐름에 동참해 최지우, 고현정, 장서희, 김태희 등이 1인 기획사에서 활동 중이다.

방송가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유행이 됐다. 개그맨 유재석(41)이 자신의 이름을 딴 JS엔터테인먼트를 세워 활동하고 있고 노홍철, 정형돈, 정선희 등도 자신이 직접 설립한 회사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활동 계획부터 회사의 회계까지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챙긴다.

스타들이 1인 기획사를 꾸리는 이유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형기획사에 소속돼 있다보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작품을 택하거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1인 기획사는 스타와 그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함께 운영해 회사 운영에 스타의 의중이 반영된다.

실제 송승헌, 소지섭, 김승우 등이 자신과 절친한 관계인 연예 관계자와 함께 회사를 세웠고, 류시원, 김태희, 고현정 등은 가족을 회사 운영에 참여시켜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 중이다. 소지섭의 소속사 51K 김정희 대표는 “배우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의 형태로 1인 회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수익분배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회사의 몫이 큰 대형기획사에 비해 1인 기획사는 스타가 주인이기 때문에 더 큰 수익도 가능하다. BH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을 2년 만에 갚는 등 승승장구했다. 김승우의 소속사 이오일일삼컴퍼니 이태영 공동대표는 “수익을 포함해 본인이 원하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1인 기획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승우의 부인 김남주도 남편 회사가 아닌 자신만의 1인 기획사를 운영 중이다.

어려운 점도 많다. 공동 관리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조언의 통로가 줄어드는 점이 크다. 스타들은 일찍부터 각자의 분야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에 사업적인 사고가 익숙하지 않다. 이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결정할 경우 큰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한 한류스타의 1인 기획사 관계자는 “1인 기획사는 생각보다 운영에 비해 인력이 많이 들고 계획이 서 있지 않을 경우 운영착오를 스타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배우 주진모도 결국 1인 기획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안재모와 정재영 역시 1인 기획사를 청산하고 다시 대형기획사와 계약했다.

이태영 대표는 “1인 기획사는 업계에 대한 깊은 노하우와 준비 없이 섣부르게 만들 수 없는 기업”이라며 “당연히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운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설립 전 분명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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