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38사기동대’ 어디까지 진짜일까…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에게 듣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2016.06.22 17:11 입력 2016.06.22 19:41 수정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의 과훈이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 과훈이 쓰인 천장에 매달린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지난 16일 영화·드라마 전문채널 OCN에서 금·토 드라마 <38사기동대>가 첫 방송을 탔다. 이 드라마의 포스터엔 “끝까지 사기쳐서 반드시 징수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38사기동대>는 세무 공무원 백성일(마동석)과 사기꾼 양정도(서인국)이 합심해 악덕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해내는 과정을 그린 코믹·범죄 드라마다. 작가가 3개월간 38세금징수과에서 상주하며 취재를 했다고 한다. 1·2회 방영분에서는 극중 ‘서원시 세무징수3과’의 징수활동이 그려졌다. 드라마 속 ‘서원시 세무징수국’과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얼마나 같고 다를까. 22일 조조익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56)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 사무실에 걸려 있는 과훈.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 사무실에 걸려 있는 과훈.

■실제로 악덕 체납자가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까

드라마 속 악덕 체납자인 마진석(오대환)은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조 과장은 “본인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은 없으면서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돼 있는 고가의 대형 아파트나 발라에서 호화생활을 하면서 외국여행도 다니는 비양심 체납자도 있다”고 말했다. 과훈은 이러한 악덕 체납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한 체납자는 강남의 고급아파트에 살면서 가택수색을 받지 않기 위해 경기도 양평에 배우자 명의로 100평 정도의 땅을 구입해 약 5평 정도의 조립식 주택을 지어 거기에 사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기사 읽기 [38사기동대, 첫 방송…악덕 체납자 이야기 다뤄]

◇기사 읽기 [‘세금 낼 돈 없는데’ 고급주택·벤츠·해외출국…고액 체납자들의 호화생활]

OCN 드라마 ‘38사기동대’ 포스터. 사진 |OCN 홈페이지

OCN 드라마 ‘38사기동대’ 포스터. 사진 |OCN 홈페이지

■악덕 체납자들의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은

현재 악덕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가택수색과 동산압류다. (당연히 ‘사기’는 가능하지 않다.) 드라마에서도 세무징수3과 직원들이 악덕 체납자의 집을 수색하고 보석 등 동산을 압류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고액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가택수색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조 과장은 “고액 체납자 중에서도 정말 어렵게 살면서 세금이 체납된 것을 미안해하며 매달 몇십만원씩이라도 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체납자가 처한 실제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에 드라마 2회에서 세무 공무원이 가난한 체납자의 집에 찾아가 가재도구에 봉인을 하는 장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드라마처럼 세무 공무원이 세금 징수를 위해 집에 찾아가면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겁을 주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엔 경찰관과 동행해 문을 강제로 열기도 한다. 또 출국금지, 명단공개, 관허사업제한 등을 통해 징수활동을 하고 있다. 위장이혼 등을 통해 허위로 재산을 이전하는 악성체납자는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38세금징수과는 지방세 체납자의 재산조회를 통해 예금·부동산 등 재산이 드러나면 압류 조치를 한다. 악덕 체납자들은 재산을 갖가지 방법으로 은닉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이들이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서 체납자의 재산임 증명하는 일이다.

◇기사 읽기 [41억원 세금 피하려 위장이혼, 7차례 가짜 주소…결국 부부가 구속영장(2013)]

조조익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이 22일 서울시청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는 ‘과훈’이 새겨진 깃발을 펼쳐보이고 있다.

조조익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이 22일 서울시청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징수한다”는 ‘과훈’이 새겨진 깃발을 펼쳐보이고 있다.

드라마에선 세무 공무원 출신 세무사 조상진(김응수)이 후배 공무원을 불러 악덕 체납자 마진석(오대환)의 사정을 봐달라며 점심 자리를 마련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조 과장은 “드라마의 재미와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러한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금 징수는 지방세기본법 등 관련 법에 의해 집행하는 것으로 전관예우와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세무 공무원은 일반 행정직 출신도 많기 때문에 퇴직 이후 세무사사무실로 가는 경우도 드물다고 덧붙였다.

■‘사기’는 아니지만 묘수를 써서 세금 징수를 했던 사례는

조 과장은 하나의 사례를 소개했다. 국세와 지방세 체납으로 인천 송도에 있는 부동산이 압류된 체납자가 있었다. 국세가 먼저 압류돼 지방세 징수는 거의 불가능했다. 부동산이 공매 처리되면 체납자는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송도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8세금징수과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와 협력해 해당 부동산을 높은 가격에 팔도록 조치했다. 체납자는 국세와 지방세를 모두 내고 전세로 거처를 옮겨갔다.

고액 체납자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실 거주지를 찾아내는 게 체납징수의 중요한 일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 고액 체납자의 딸이 결혼한다는 제보를 받고 결혼식 당일 예식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신호 대기 중에 체납자가 탄 차를 놓치고 말았다.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차를 돌려 공항으로 가서 신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짜와 시간을 알아본 후 신부가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신부가 친정에 인사하러 가는 것을 추적해 체납자가 거주하는 고급주택을 찾아냈고, 결국 체납 세금을 징수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체납규모도 늘고 있다. 마음 아픈 일도 종종 벌어진다. 체납자가 은행에서 대여금고를 사용하고 있을 때는 이를 봉인조치하고 그 안에 귀금속이나 유가증권 등 동산을 압류하게 된다. 조 과장은 “한 체납자의 대여금고를 열어보니 그 안에 돌반지 몇 개가 있었다는데 그걸 압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안타깝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OCN <38사기동대>

OCN <38사기동대>

■38세금징수과의 이름과 과훈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서울시는 2001년 전국 최초로 체납징수전문 조직을 만들었다. 당시 체납규모가 1조원을 넘어가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500만원 이상 고액체납에 대해서는 시에서 직접 징수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조직 이름은 시민 공모로 정했는데,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 38조(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를 준수하고 확산시키자는 의미다. 처음에는 ‘38세금기동팀’으로 출발해 조직이 확대돼 지금에 이르렀다. 과훈은 당시 직원들이 각오를 다지기 위해 머리를 맞대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조 과장을 포함해 42명이 일하고 있다. <38사기동대>에선 세금징수국 아래 세금징수1~3과로 구성돼 있지만, 서울시는 재무국 아래 38세금징수과 5개팀으로 조직돼 있다. ‘팀’이지만 서울시는 광역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의 ‘과’와 비슷한 규모라고 보면 된다.

서울시의 체납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3025억원이다. 올해 징수목표액은 역대 최고로 많은 2252억원이다. 드라마 <38사기동대> 1회를 보면 서원시의 한 해 징수목표가 1825억원으로 나온다. 서울시의 지난해 징수 목표액이 1825억원이었다고 한다. 최종 징수액은 1797억원이었다. 시는 올해 500만원 이상 체납자의 해외 출국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지난 3월 대대적인 가택수사를 실시, 귀금속, 골프채, 미술품 등 동산을 압류했다.

서울시가 지난 3월 한 고액체납자 집에서 압수수색한 고급시계·금목걸이 등 귀금속과 현금.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지난 3월 한 고액체납자 집에서 압수수색한 고급시계·금목걸이 등 귀금속과 현금.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14년 10월 한 고액체납자 집에서 압수수색한 고급시계·금목걸이 등 귀금속과 현금.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14년 10월 한 고액체납자 집에서 압수수색한 고급시계·금목걸이 등 귀금속과 현금. 서울시 제공

◇기사읽기 [고액 체납분 받으러 미국까지 가도 고급저택에 살면서 안 내고 버티기(2015)]

서울시는 또 체납자 재산은닉 신고포상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였다. 행정자치부가 올해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한도액을 1억원으로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지방세 인터넷 전자납부시스템 E-TAX에 은닉재산 신고란이 있다. 시는 고액 체납자와 사회저명인사, 호화생활자 등에는 전담자를 정해서 1대 1로 철저히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체납징수전문 조직으로 출발한 지 15년.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가택수사 등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방송국·영화사에서 몇 차례 제안이 있었지만 실제로 드라마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는 조 과장은 “조세정의의 중요성과 공공의 체납징수활동에 대한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협조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세금회피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다양화 되고 있어서 조사관들 교육이나 다른 기관과 협력해 징수기법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5년 기준 지방세 고액체납자 명단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명단공개에도 꿈쩍 않는 고액 체납자들이 많다. 조 과장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는 각오로 징수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드라마가 ‘사기’라는 가상 설정으로 재미도 있으면서 세금 만큼은 흙수저든, 금수저든 모두가 공평하게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면서 “악덕 체납자에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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