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알고보니 ‘문화재급’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2019.06.11 13:02 입력 2019.06.11 16:44 수정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부지에서 발견된 천연석회동굴 보호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녹색연합 제공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부지에서 발견된 천연석회동굴 보호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녹색연합 제공

강원 삼척시에 대형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현장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이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한국환경회의와 기후솔루션은 삼척시 근덕면 안정산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포스파워 1·2호기 부지에서 발견된 천연석회동굴의 문화재 평가등급이 시도기념물인 ‘나’급 이상으로 평가됐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3월 한국 동굴연구소가 제출한 ‘삼척 포스파워 건설사업 부지 내 안정산동굴2 기초학술조사 보고서’에선 “해당 동굴의 규모가 1310m에 달하고, ‘동굴 미지형’이 매우 발달해 학술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동굴 미지형은 동굴 속에 있는 지하수의 용식·침식작용으로 통로의 천장, 벽면, 바닥에 발달하는 작은 규모의 지형을 뜻한다. 동굴 내부에선 관박쥐 무리도 확인됐다.

우경식 강원대 교수는 보고서 자문의견을 통해 “전체적으로 이 동굴은 매우 뛰어난 학술적 및 자연유산적 가치를 보여준다”며 “동굴 내 다양한 미지형은 아직 국내에서 보고되지 않은 매우 중요한 사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굴 내에 부서져 내린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발견된다”며 “확실하지 않지만 근처에서 행해진 발파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천연동굴은 지난해 8월 부지 가장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가 발견했다. 처음 발견된 동굴의 규모는 지름 3m, 길이 70m 정도였다. 넉 달 뒤인 지난달 7일 또다시 천연동굴이 발견돼 삼척시에서 전문기관을 통해 현장 답사에 나섰다. 최근 조사를 거쳐 주굴 895m, 지굴 415m로 총 연장이 1310m에 달하는 큰 동굴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삼척시는 환선굴 등 석회 동굴이 10개 이상 넓게 분포되어 있는 지역이다.

두 동굴은 앞서 포스파워 화력발전소 인허가 과정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한 것들이다. 한국환경회의는 “사업부지의 안정성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한 환경피해를 예측학고 저감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동굴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절차상 하자”라면서 “인허가 과정에서 부실한 협의를 한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척포스파워 공사가 지속되면 동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정문화재 지정과 보존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공사는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삼척화력발전소 사업은 앞서 승인을 내줄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2013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삼척화력발전사업은 2017년 12월29일 발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이 확정됐다. 당초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계획 중 4기를 LNG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8차 계획에서 당진에코파워 2기만 LNG로 하고, 삼척포스파워는 그대로 석탄발전 사업으로 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맞춰 삼척 포스파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했고, 2주 만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최종 실시계획 승인을 처리했다. 당시 정부에선 지역주민들의 찬성 의견을 사업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오염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대 의견이 더 많다는 설문조사를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척 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의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삼척 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서 발견된 천연동굴의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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