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청소년 기후소송 맡은 변호사들 “이겨야 되는, 이길 수 있는 소송”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2020.03.14 09:18 입력 2020.03.14 12:23 수정

“제가 처음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1년 전부터 오늘 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벗어나 마음껏 ‘꿈 꿀 권리’를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첫 ‘기후변화’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청소년 원고, 김유진양의 13일 기자간담회 발언.)

정부에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펼 것을 촉구하던 청소년들이 결국 “정부의 소극적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는 당면한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없고, 그 결과로 나타날 ‘기후 재난’에 따른 생명권·환경권·인간답게 살 권리 등의 기본권 침해 피해는 청소년들이 입게 된다는 것이다.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왼쪽)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S&L파트너스 회의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왼쪽)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가 12일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S&L파트너스 회의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구체적으로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도록 하면서도 그 구체적 형식이나 기준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이미 설정된 감축 목표를 자의적으로 폐지한 점, 가장 최근 설정된 감축 목표(2030년까지 5억3600만t)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기준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 등이 실체적·절차적 측면에서 모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처음으로 제기된 이 소송은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현재 기후정책을 결정하는 기성세대를 상대로 낸 소송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입법·행정 영역에만 맡겨뒀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이대로 괜찮은지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의 판단을 요청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청구인 19명 전원은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들,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국회와 대통령인 이번 헌법소원은 S&L파트너스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공동으로 대리를 맡았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청소년 활동가들로 구성된 환경운동단체다.

이번 헌법소원은 이례적으로 청구인 전원이 10대인데다,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법적 판단을 구하기보다는 기후변화 문제를 사회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선언적 퍼포먼스’처럼 비칠 수도 있다. 대리를 맡고 있는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사무국장, 이하 이)와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이하 윤)을 지난 12일 만나 그간의 소송 준비 과정과 법적 쟁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두 변호사들과의 일문일답.

(오른쪽부터)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와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가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오른쪽부터)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와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가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청소년들과의 소송 준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윤=청소년기후행동은 그동안 기후변화와 관련한 활동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굉장히 명확한 자기들의 메시지를 갖고 있었어요. 청소년기후행동의 행사와 집회를 함께 하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소송으로 녹여내기 적합한 메시지를 골라내고, 이를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대리인단에서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는 당연히 청소년기후행동과 공유했고요.

이=저희는 청소년들의 호소를 어른 세대 중 먼저 듣고, 그것을 해석하고 번역하는 일을 맡은 셈이에요. 법률가의 전문성을 이용해 (그 호소를) 번역하고, 청소년들이 요청한 내용들을 청구서에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생각보다 이론적으로 단단한 청구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이 내용을 어떻게 재판의 법적 형식과 요건에 맞게 구성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시작해보니 이 재판이 한국에서 적합한 여러 조건들을 발견하게 됐어요. 먼저 한국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42조1항1호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법 시행령인 25조1항에서 이를 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헌법 심판의 ‘대상’이 뚜렷하게 존재한 거죠. 또 기후재난의 임박성, 위험성은 청구인과 피청구인 간에 ‘다툴 여지가 없는 사실’에 해당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청구서에 쓴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들이 대부분 정부 서류에 나온 내용을 넣은 것이거든요.

이 변호사는 특히 정부가 ‘지구 온도 상승은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소 목표’에조차 부합하지 않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놓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례”(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헌법재판소가 계속 헌법 원칙을 발전시켜 오면서 환경권처럼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기본권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호하기 위한 정도의 노력도 안 하면 위헌’이라는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을 근거로 환경권이 침해됐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어요.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ㄱ씨가 “공직선거법이 선거운동에서 확성기 사용을 허가하면서도 소음에 관한 규제규정은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을 들어 ㄱ씨 손을 들어줬다.)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가 12일 경향신문과 청소년들이 청구인으로 나선 기후변화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가 12일 경향신문과 청소년들이 청구인으로 나선 기후변화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정부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미래에 청소년들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것인데, 청소년들의 구체적 피해 사실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윤=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야기되는 기후변화의 수준이 위험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로 인해 환경권, 생명권 등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거죠.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도 지금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기본권 침해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그런 단초가 있고, 청구인들도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현재 법의 입법 형식이나 내용 자체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장래의 기본권 침해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들이 13일 정부의 소국적 기후대응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들이 13일 정부의 소국적 기후대응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청소년들은 그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에 필연적으로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번 청구서에도 “기후온난화의 파국에 관한 부모, 자녀 세대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배치되는 사례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 세대 간 어떤 이해관계의 대립과 배치가 있다는 것인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윤=다른 환경 문제보다 기후변화 문제에 세대 간 불평등, 이해관계 대립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진행됩니다. 가후변화가 위험한 수준까지 안 가게 하기 위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걸 탄소예산이라고 합니다. 이 예산에 대한 ‘분배’가 필요한데, 현재 (부모세대들은) 그 예산을 아주 빠른 속도로 소진하고 있어요. 현 세대의 그 분배 결정이, 다음 세대들이 온실가스를 감축할 기회 자체를 앗아가는거죠. 다 써버리면 감축할 게 없으니까요. 그 기후변화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들이 받아야 하고, 감축할 여지가 남더라도 지금 많이 써 버리면 나중에는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세대 간 불평등’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부모세대와 청소년들 간 인식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솔직히 성년세대인 저도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우리 성년 세대가 있는 동안 기후 상황은 계속 나빠지겠지만, 생존 기간 중 파국을 맞을 것 같다는 겁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청소년기후행동의 모임을 가 보니 청소년들은 자기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지금 어른들이 살고 있는 정도의 기호나 조건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대리인단은 청구서에 “본 청구서를 작성하고 있는 성년 세대인 변호인들의 경우에도 향후 남아있는 여명기간인 20~30년간 지속적인 기온상승의 환경적 피해를 입기는 하겠지만, 우리들 성인세대가 생존해 있는 기간 안에 환경적 파국의 시점을 경험할 가능성은 객관적, 산술적으로 청소년 세대보다 훨씬 낮다”고 기술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가 12일 경향신문과 청소년들이 청구인으로 나선 기후변화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가 12일 경향신문과 청소년들이 청구인으로 나선 기후변화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청구서에 인용한 기후변화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 정부 자료라고 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헌법소원에 대해 어떤 논리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이=저희도 솔직히 궁금해요. 저희가 정부 비판을 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관한) 정부 입장이 ‘어딘가에 끼어있다’는 느낌은 들어요. 우리나라 정부가 기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진 않으니까요.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한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윤=정부는 ‘기후변화만 문제냐, 경제성장도 해야 하고 등등 이런 다양한 것들을 조율했을 때 이 감축 목표가 우리의 최선’이라고 이야기할 텐데, 일단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더 감축 능력이 없는 나라들보다도 온실가스를 더 적게 감축하고 있어요. 그건 최선이 아니란 증거가 될거예요.

-일부에서는 이 소송을 기후변화 문제를 이슈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선언적 행위’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공동대리인단이 일반 로펌인 S&L파트너스와 기후, 환경 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를 한 기후솔루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저희 로펌에는 법원 출신 변호사들도 있는데, 저희가 쓴 청구서 내용이 법관들이 볼 때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 계속 검증을 받으며 진행했습니다. 이겨야 되는 소송일 뿐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소송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청구서를) 팀 차원에서도 검토를 했지만, 환경법 권위자인 교수님들과 공익소송 교수님들의 자문도 받았습니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변호사 입장에서는 보람도 있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청소년들이 호소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과 소송 제기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을 숙제로 받아 써서 내는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심리가 충분히 되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청소년기후행동과 대리인단도 보람이 있고, 정부도 그 판결을 근거로 해서 훨씬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집행하는 힘이 될 수 있고, 헌법재판소에게도 의미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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