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들 “생각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 꿈이죠”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2020.08.24 21:37 입력 2020.08.24 21:45 수정

경향신문사가 주최한 제14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보컬부문 고등부 대상은 이다연양이 차지했다.작곡·싱어송라이터 부문 대학·일반부 대상 수상자로는 국하영·김홍비·이준·진승하씨가 선정됐다. 악기부문 대학·일반부 대상은 김준서씨, 고등부 대상은 추성빈군, 중등부 대상은 김노아군이 받는다.이번 콩쿠르는 총 588명이 참가해 지난 7월28·31일, 8월4~7일 등 6일간 예선이 치러졌고 8월11~12일 본선이 진행됐다.경향실용음악콩쿠르는 뮤지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장으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우승자 김영소, 가수 손승연 등을 배출했다.심사위원으로는 송홍섭·방현승·정원영·최우혁 등 실용음악과 교수진과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제 14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들 “생각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 꿈이죠”

고등부 보컬 이다연

제 노래 듣고 위로받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다면 기쁠 것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지만 워낙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남들에게도 좋게 들릴 줄은 몰랐죠.” 이다연양(18·서울실용음악고 3학년)에게 노래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오빠 기타를 치며 노래를 연습하고는 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노래방에 갔는데 친구들이 제 노래를 좋아해주는 거예요.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고 노래를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이양은 어엿한 가수가 됐다. 지난 9일, ‘서기’라는 이름으로 직접 작사·작곡한 ‘과제’라는 곡을 정식 발매한 것이다.

대상 수상에 음원 발매까지 연이은 성취에 목소리가 커질 법도 한데, 이양은 그저 “심사위원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수줍게 웃을 뿐이다.

“앞으로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요. 저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음악을 듣는 사람이거든요. 제 노래를 듣고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제 14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들 “생각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 꿈이죠”

대학·일반부 작곡·싱어송라이터 국하영·김홍비·이준·진승하

코로나로 무대 간절해 지원…좋은 결과 얻게 돼 감사해

이름하여 ‘국하영 콰르텟’. 지난 2월 동아방송대를 졸업한 국하영씨(24)가 학교 동기·후배를 모아 합주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국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무대가 간절해져 지원한 콩쿠르였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씨가 피아노, 김홍비씨(24)가 콘트라베이스, 진승하씨(23)가 드럼, 이준씨(23·동아방송대 3학년)가 보컬과 트럼펫을 맡았다. 싱어송라이터 부문에 지원한 만큼 예·본선에서 모두 자작곡으로 승부했다.

국씨는 “예선에서는 제 곡 ‘심플 씽(The Simple Thing)’을, 본선에서는 준이의 곡 ‘송 포 유(Song for You)’를 연주했다”며 “예선 곡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걷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것 같은 사소한 행복들, 요즘 말로 ‘소확행’을 전통적인 재즈풍으로 표현했다면 본선 곡에서는 사랑을 고백하는 신나는 재즈 스윙을 보여드렸다”고 설명했다. 국씨의 자작곡들이 중심이 된 ‘국하영 콰르텟’의 첫 앨범은 오는 10월 발매될 예정이다.

제 14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들 “생각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 꿈이죠”

중등부 악기(드럼) 김노아

기술보다 음악적 호소 집중…혼자 다하는 ‘원맨 밴드’ 꿈

“기술적인 면보다 음악적인 면을 어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기술적으로 훌륭한 친구들도 많았는데 제가 수상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부분을 좋게 평가해주신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김노아군(15·소현중 3학년)은 화려한 기술보다도 연주의 강약을 조절해 음악 전체와의 조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다양한 악기에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아노, 첼로 등 여러 악기를 배웠어요. 리듬 파트 악기를 해보고 싶었던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죠.” 그중 유독 드럼에 빠지게 된 건 서울실용음악고의 유튜브 콘텐츠인 ‘드럼전쟁’을 보고나서다. “음악을 저렇게 즐기면서 행복하게 할 수 있구나 느끼게 해준 영상이었어요.”

음악가로서 꿈은 무엇일까. “혼자 다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악기 마니아’다운 이야기다.

“저 혼자 드럼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작곡에 마스터링까지 다 하는 원맨 밴드를 하고 싶어요. 제가 상상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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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악기(기타) 추성빈

초등 5학년 때 기타와 만남…직업으로 삼겠다 생각했죠

수상 소식을 듣고 “당황스럽고 안 믿겼다”는 추성빈군(18·홈스쿨링). 하지만 기타와의 인연은 ‘확신’으로 시작됐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 TV에서 밴드를 다룬 애니메이션 <케이온>을 보고, 바로 ‘아 이거다’ 싶었어요. 부모님에게 바로 기타를 사달라고 했죠. 기타를 딱 잡자마자 생각했어요. ‘이걸로 직업을 삼아야겠다.’”

한 달쯤 지났을까, 초등학교 밴드부에 들어간 추군은 처음 들은 곡을 그 자리에서 바로 따라 칠 만큼 실력이 늘었다. 앞으로도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추군의 롤모델은 블루스 기타의 1인자로 꼽히는 미국의 기타리스트 로벤 포드다. “세션 연주가보다는 아티스트적 성향이 강한 아티스트로 남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블루스나 록 음악을 주로 연주해왔지만, 이번 콩쿠르를 계기로 재즈에도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어떤 장르를 해야겠다고 아직 단정 짓지는 못했지만, 제 생각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음악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꿈입니다.”

제 14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들 “생각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이 꿈이죠”

대학·일반부 악기(건반) 김준서

음악뿐 아니라 여러 매체로 구상하는 것 구현하고 싶어

“어릴 때 허풍쟁이였어요. 인터넷에서 피아노 연주 영상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만큼 칠 수 있다고 거짓말을 치고 다녔죠.” 김준서씨(19·서울예술대 2학년)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유치원 시절 잠깐 배운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는 ‘허풍’이었다. 현란한 외국인의 연주를 보고 무심코 저지른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야 했다. 어린 김씨는 제 발로 음악학원을 찾았다. 피나는 연습 속, 어느덧 허풍은 실력이 되고 피아노는 인생이 돼 있었다.

“평소에 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해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 수상을 통해 어느 정도 확신을 찾게 된 것 같습니다.” 예선과 본선에서 모두 재즈 스탠더드 곡을 선보인 김씨는 “연주 기술뿐만 아니라 가사나 하모니 같은 부분에도 집중해 이 곡을 제가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꿈을 묻자 그는 조심스레 말을 골랐다. “비단 음악뿐 아니라 글이나 영상과 같은 여러 매체로 제가 구상하고 있는 것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심사평

보컬 부문 | 방현승 동덕여대 교수

보컬 부문 | 방현승 동덕여대 교수

테크닉와 더불어 자신의 색깔 찾기 고민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실용음악콩쿠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애써주신 경향신문사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중등, 고등, 대학·일반부에 다양한 개성을 지닌 많은 경연자들이 참가하여 각자의 기량을 펼쳤으며 참가자들의 열정과 높은 수준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경연의 장이었습니다.

다만 보컬 부문 예선·본선 경연심사를 진행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들이 있어 간략히 적어보고자 합니다.

첫째,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고민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다양한 정의가 있겠으나, 음악은 자신의 생각·정서·감정 등을 목소리, 악기 등의 매체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이번 경연을 심사하면서 많은 경연자들이 자신의 음악적 색깔 표현보다는 화려해 보일 수 있는 테크닉, 발성 또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기능적 숙련도를 보여주기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개인의 생각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일정 수준의 테크닉은 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중요한 요소이나, 음악의 본질을 생각하고 개개인의 능력, 개성에 맞는 음악적 색깔 찾기와 훈련이 동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둘째, ‘가창 시 사용되는 다양한 호흡의 기능에 대해 고민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호흡은 가창, 대화 등의 모든 발성활동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가창 시 호흡은 들숨, 날숨을 통해 호흡을 안정시키는 기본적 기능 외에 다이내믹 표현, 리듬표현, 감정표현, 발성, 음색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복식, 흡식 등의 호흡 사용방식에서 벗어나 호흡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노력은 가창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경향실용음악콩쿠르를 통해 다양한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더 많은 젊은 음악인들이 배출되기를 희망하며 다시 한번 어려운 환경에서도 콩쿠르 개최 및 운영에 애써주신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악기 부문 | 송홍섭 호원대 교수

악기 부문 | 송홍섭 호원대 교수

한 음 한 음 확실히 매듭짓는 기본기가 중요

14회를 맞이하게 된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매년 재능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대에 이 기간이 기다려집니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훌륭한 새내기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불과 20~30년 전에 음악을 만들 연주자를 만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던 때를 생각하면 아주 많이 바뀌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멋있는 연주와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굳이 조언하자면 기본기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심사하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음 한 음 확실히 매듭짓는 것, 글쓰기에 비유하면, 문장은 능숙하고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낱말은 자신만의 매듭이 없어, 전체적으로는 개성이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기본기에만 더 충실하면 세계 어디에 가서 연주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연주자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끝으로 콩쿠르를 위하여 늘 노력해 주시는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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