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아트 뮤지컬] 실화 바탕이었어? ‘킹키부츠’ 뮤지컬에는 있고 실화에는 없는 ‘이것’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allthat_art@naver.com
2020.10.20 10:38 입력 2020.10.20 10:40 수정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값싼 수입품의 등장으로 폐업의 위기를 맞이한 구두 공장 주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를 찾아온 운명의 친구. 사회적 선입견을 깨고 드랙퀸을 위한 남성용 부츠를 제작해 판매하는 기발한 아이디어. 직접 부츠를 착용하고 패션쇼에 오르는 공장 주인의 파격적인 행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장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해피엔딩.

지난 2020년 8월에 개막한 뮤지컬 <킹키부츠>의 이야기입니다. 2014년을 시작으로 2년마다 무대에 오르며 특유의 흥과 에너지로 국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벌써 네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킹키부츠>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토리에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들이 더해져 만들어진 대표적인 브로드웨이식 쇼뮤지컬입니다. 하지만 쇼뮤지컬의 정석 <킹키부츠>도 두 차례의 변화 과정을 거쳐서 무대 위로 오른 작품이라는 사실 아셨나요?

뮤지컬 <킹키부츠>는 동명의 영화 <킨키부츠>를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 <킨키부츠>는 영국 노샘프턴의 신발공장 이야기를 다룬 BBC 다큐멘터리 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요. 그렇다면 장르를 오고 가는 긴 여정의 끝에 탄생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어떤 변화들을 거쳐 완성됐는지 알아볼까요?

실화 속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내다

영화 <킨키부츠>는 다큐멘터리 속 실제 이야기의 50% 정도만을 가져왔으며 나머지는 모두 작품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스토리라고 하는데요. 작품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내용들은 우선 동일합니다. 위기를 맞이한 공장 주인은 틈새 시장을 발견해 드랙퀸을 위한 ‘남성용 부츠’를 제작하고 판매했습니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며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공장 직원들을 지켜냈죠. 그럼 이제 작품 속 자세한 요소들을 비교해가며 영화가 다큐멘터리 속 이야기들이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 아래와 같은 일문일답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찰리는 실존 인물인가요?
네, 찰리는 다큐멘터리의 의 주인공 스티븐 팻맨(Steven Pateman)을 가져와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실제로 팻맨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구두 공장의 경영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에 드랙퀸을 위한 ‘남성용 부츠’라는 틈새 시장을 발견해 폐업 위기의 공장을 구하기도 했죠. 따라서, 찰리가 직면했던 경영난과 구두공장의 ‘킹키부츠’ 판매는 모두 실화입니다.

■ 찰리의 실존 인물인 팻맨도 실제로 밀라노 패션쇼에 올랐나요?
아니요. 뮤지컬 속 찰리는 킹키부츠 홍보를 위해 직접 부츠를 착용하고 밀라노 패션쇼 런웨이에 섭니다. 하지만 실존 인물인 팻맨의 경우 밀라노 패션쇼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브로셔와 광고에 들어갈 광고모델을 구하기가 어렵자 직접 광고모델이 되어 부츠를 착용하기는 했습니다. 이를 위해 팻맨은 부츠를 착용하고 걷는 연습을 해야 했으며 다리 제모도 강행했다고 합니다.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 팻맨은 극 중 찰리처럼 모든 것에 서툰 20대 후반의 초보 사장이었나요?
아니요. 팻맨은 킹키부츠를 기획하고 판매하던 당시 30대 중반이었습니다. 17세 때부터 아버지의 구두 공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이미 공장 운영에는 능숙했죠. 초반부터 자신의 공장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결단력과 책임감을 갖추고 있었으며 가족 같은 공장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작품 속 찰리가 점차 공장과 공장 직원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성장했다면, 팻맨은 이미 성장한 베테랑이었죠.

■ 작품 속 찰리, 찰리의 약혼자 니콜라, 그리고 공장 직원 로렌의 삼각관계 로맨스도 모두 실화인가요?
아니요. 팻맨은 당시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으며 아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약혼자, 그리고 공장 직원 로렌이 등장하는 <킹키부츠>의 로맨스 스토리는 모두 재미 요소를 위해 추가된 장치입니다.

■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찰리의 공장 운영, 아버지와 찰리의 관계성 등 ‘아버지’라는 키워드가 스토리에 자주 등장하는데요. 실제로도 ‘아버지’와 관련된 팻맨의 특별한 사연이 존재했을까요?
아니요. 실제로 팻맨이 공장 운영을 맡았을 당시, 그리고 남성용 부츠를 판매할 당시 모두 팻맨의 아버지는 살아계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공장을 물려받은 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팻맨이 가업을 이어받았습니다.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 뮤지컬 <킹키부츠>의 핵심 인물, 롤라 또한 실존 인물인가요?
아니요, 아쉽게도 롤라는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극 중 드랙퀸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롤라는 찰리와 함께 뮤지컬 <킹키부츠>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인데요. 작품에서는 롤라의 공연을 본 찰리가 남성들이 신을 수 있는 ‘드랙퀸용 부츠’가 없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킹키부츠’를 기획하게 되죠. 또한, 롤라는 ‘킹키부츠’의 디자이너로 활약하게 됩니다. 롤라는 찰리에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찰리와 공장 직원들의 내적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매력적인 롤라는 현실에 존재하진 않았습니다.

■ 팻맨에게는 롤라와 같은 조력자도 없었나요?
아니요, 팻맨은 드랙퀸 롤라 대신 드랙퀸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수 셰퍼드(Sue Sheppard)에게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어느 날 팻맨은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프레스톤에서 드랙퀸 상점 ‘Laces’를 운영하고 있었던 수의 전화였는데요. 수는 드랙퀸들이 신는 하이힐은 여성을 위해 제작된 제품이라 체격 차이가 있는 남자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는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팻맨의 공장 상황을 알기에 아예 방향을 틀어 여장남자들이 신을 수 있는 튼튼한 부츠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하죠. 사실 남성 구두를 주로 제작해온 팻맨은 이 제안에 매우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수의 논리적인 설득으로, 어느 순간 그 누구보다 몰두해 레퍼드 무늬의 부츠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의 부츠를 먼저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 팻맨에게는 롤라와 같은 조력자도 없었나요?
네, 팻맨에게 실질적인 롤라와 같은 조력자는 없었습니다. 실제 팻맨은 이에 관해 유쾌한 투정을 하기도 했는데요. 자신의 캐릭터인 찰리가 작품에서는 너무 우유부단한 어린 공장 주인으로 나왔다는 점을 얘기했습니다. 극 중에 방황과 고뇌를 겪는 찰리는 신념대로 솔직하게 행동하는 롤라의 방식을 배워가며 성장하는데요. 사실 팻맨은 롤라라는 조력자 없이 대부분의 과정을 모두 스스로 했으며 공장 직원들의 도움도 컸다고 합니다. 그리고 팻멘은 찰리와 같은 극적인 성장이 필요하지도 않았죠.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 팻맨이 운영한 공장 이름이 실제로 프라이스 앤 손인가요?
아니요, 실제 공장 이름은 WJ Brookes였습니다. WJ Brookes는 1898년에 설립했으며 중세 시대부터 영국 신발 생산을 책임지고 있었던 노샘프턴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19세기 노샘프턴에는 250개의 신발 관련 회사가 존재했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며 수천 명이 실직했고, 금리 인상 및 값싼 수입품과의 경쟁으로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죠.

■ 그렇다면 WJ Brookes 공장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나요?
네, 일주일에 4000 켤레의 구두를 생산했던 팻맨의 공장도 경영난을 겪었습니다. 팻맨은 기존의 직원 70명에서 55명으로 노동력을 삭감했고, 결국 21명으로까지 감원했지만 회사의 생존을 보장하기는 힘들었죠. 이때부터 남성용 부츠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 공연과 영화 속 킹키부츠는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공장을 되살리는데 성공했고 찰리와 롤라는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돼주는 존재가 됩니다. 현실 속 ‘킹키부츠’의 결말은 무엇인가요?
스크린과 무대 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팻맨이 운영한 WJ Brookes 공장은 2000년도에 문을 닫았는데요. 초반 ‘킹키부츠’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순식간에 팔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성공이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곧바로 킹키부츠와 비슷한 상품들이 제작됐고, 팻맨은 예전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죠. 결국 BBC는 다큐멘터리 방영 18개월 이후 다시 노샘프턴을 찾아 폐업한 공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작품 속 약혼자 니콜라의 제안처럼 실제로 공장은 주택용으로 매각됐고 현재 팻맨은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사진ㅣCJ ENM

이렇듯 팻맨이 설명하는 현실 속 ‘킹키부츠’와 작품 속 찰리가 보여주는 ‘킹키부츠’는 비슷한 듯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찰리의 실존 인물인 팻맨은 현실과 작품의 가장 큰 공통점은 ‘기적’과 ‘사랑’이라고 합니다.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공장 내의 따뜻한 가족 같은 분위기와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랑은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리고 뮤지컬에서도 모두 뚜렷하게 존재했기 때문이죠.

영화 속 이야기를 노래로 담아내다

실화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옮겨올 때 스토리상의 변화가 컸다고 한다면, 영화를 무대 위로 가져올 때에 가장 주요하게 논의된 부분은 바로 ‘노래’였습니다. 세계적인 팝스타이자 작곡가인 신디 로퍼(Cyndi Lauper)가 작곡가로 참여하며 팝과 소울 스타일의 곡들이 뮤지컬에 등장했는데요. 신디 로퍼는 첫 뮤지컬인 <킹키부츠>로 제67회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이 함께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에너제틱한 곡들로 구성된 뮤지컬 <킹키부츠>. <킹키부츠>의 유쾌하고 희망적인 스토리를 비로소 완성시킨 대표적인 곡들을 알아볼까요?

■ Sex Is in the Heel
찰리는 드랙퀸 롤라의 공연을 본 이후에 남성용 부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이것이 전략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위기의 공장까지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롤라를 직접 공장에 초대하는데요. 공장에 도착한 롤라는 찰리가 제작한 드랙퀸용 부츠를 보고 큰 실망을 합니다. 벌거죽죽 버건디의 색이 아닌 섹시한 레드 컬러의 부츠를 원했기 때문이죠.

‘Sex Is in the Heel’에서는 롤라가 자신이 원하는 짜릿한 디자인의 부츠를 열정적으로 설명합니다. 엔젤들은 모두 트렌치코트와 가지각색의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안무들을 완벽하게 소화하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쇼뮤지컬다운 연출로 뮤지컬 <킹키부츠> 특유의 에너지와 흥이 가장 잘 느껴지는 넘버 중 하나입니다. 또한 해당 넘버는 빌보드 25년 역사상 최초로 10위권 안에 진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넘버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킹키부츠> ‘Sex Is in the Heel’ㅣCJ ENM

■ Everybody Say Yeah
아버지가 공장을 팔려고 했었다는 계획을 알게 된 찰리는 충격에 빠집니다. 게다가 약혼자 니콜라는 찰리의 ‘킹키부츠’ 제작과 판매를 반대하며 아버지의 계획에 따를 것을 요구하죠. 공장을 지키기 위한 자신의 시도들에 대한 확신이 없어질 때쯤 공장에서는 최종 디자인의 ‘킹키부츠’가 완성됩니다. 함께 노력해온 공장 직원들, 롤라, 그리고 찰리는 신나는 마음으로 ‘킹키부츠’를 기념합니다.

해당 곡은 ‘Raise You Up+Just Be’와 더불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가장 신나는 넘버 중 하나입니다. 공장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선보이는 안무와 무대 연출도 돋보이죠. 길이 80cm의 화려한 킹키부츠를 들고 말 그대로 “모두 Yeah!라고 외쳐봐 (Everybody Say Yeah)”를 부르는 찰리와 롤라의 모습은 1막의 화려한 엔딩을 장식합니다. 또한, 관객들은 가족같이 따뜻한 공장의 분위기를 이해하며 찰리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공장과 그 사람들의 소중함에 공감하게 됩니다.

뮤지컬 <킹키부츠> ‘Everybody Say Yeah’ㅣCJ ENM

뮤지컬 <킹키부츠>
2020.08.21 ~ 2020.11.01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8세 이상 관람가
공연 시간 160분
이석훈, 김성규,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김지우, 김환희, 고창석, 심재현 등 출연

사진 | CJ ENM
참고 | 'Kinky Boots inspiration comes out of the shadows' 2013.06.18
'Real story behind Kinky Boots will surprise you, says Northamptonshire inspiration for film and stage show' 2018.09.11
'What happened to the kinky boots factory'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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