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대재해법 ‘5인 미만 사업장’ 빠진 전말···중기부가 제안했고, 야당이 밀어붙였고, 여당은 묵인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2021.01.07 17:43 입력 2021.01.07 17:54 수정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대로 제정하라”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대로 제정하라”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합니다. 수치로 증명됐어요.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5인 미만 사업장 가 보십쇼. 사장도 작업복 입고 기름때 시커멓게 묻어 있고 누가 사장인지 종사자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아요. 이 분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게 급선무에요.(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것으로 의결하면서 그 전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정부가 냈던 수정안에는 ‘100인 미만·30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미루자는 제안만 있었을 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향신문이 입수한 지난 6일 법사위 법안1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안해 국민의힘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측에서 반대 의견을 펼치긴 했으나, 타 안건 논의에 밀려 결과적으로 해당 조항 통과를 묵인한 셈이 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강성천 중기벤처부 차관은 6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소상공인도 중대산업재해에서 적용제외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고, 그게 어렵다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조항을 달아 달라”고 건의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안의 ‘중대시민재해’ 항목에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공중이용시설이 제외된 만큼, ‘중대산업재해’에서도 빼 달라는 취지였다.

발의자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5인 미만 사업장만 빼자는 것은 안 맞다”라고 반발했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시민재해에서 소상공인을 제외한 것은 여러 사정을 고려한 것인데, 산업재해에서까지 제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소상공인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뒷받침하는 게 급선무”라며 중기벤처부 입장에 동조했다. 그러면서 “중기부의 수정안대로 가자”라며 “(5인 미만 사업장)종사자 수는 50%인데 사망 비율은 20%밖에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전주혜 의원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따라 지금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에서) 5인 미만은 아예 배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5인 미만 사업장도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기벤처부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처벌하는 건 실익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강 차관은 “5인 미만 사업장은 대기업과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1·2차 협력업체보다는 3·4차 아니면 도급관계가 없는 독립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원청 대기업’을 처벌하겠다는 중대재해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생각한다”라며 반대했다.

백혜련 소위원장이 수정안을 냈다. ‘5인 미만 사업장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은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자며 절충안을 낸 것이다. 하지만 김도읍 의원은 “중기부 안대로 가자”라는 의견을 고수했다. 전주혜 의원도 “처벌이 너무 중하다. 이 법 취지는 오히려 큰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걸 얘기하는 것 아니냐, 무슨 식당 배달원이 사망하는, 그런 것을 중대 산업재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을 보탰다.

박주민 의원은 “다 빼고 그러면 절대 안 된다. 몇 년째 반복적으로 드러난 엄청난 산재가 거기서 발생한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 법의 취지를 마치 대기업에서만 발생하는 산재 대상으로 말씀하시는 것은 오해”라며 “적용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상태에서, 그 사이 유예기간 동안 정부가 노력을 다하면서 포함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수긍할 수 있지만, 무조건 다 빼야 한다(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도읍 의원은 “2년 유예, 4년 유예 부칙도 다 빼자. 이 분들(소상공인)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면서 국가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와라. 그 뒤에 법안을 발의한다면 동의해 주겠다”라며 ‘배수진’을 쳤다.

평행선을 달리던 논쟁은 백혜련 소위원장이 “어떻게 보면 쉽게 정리될 논의가 ‘5인 미만’ 부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산업재해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하겠다”라고 정리하면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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