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명 중 8명 ’자녀와 따로 산다’…달라지는 노인세대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2021.06.07 11:17 입력 2021.06.07 21:56 수정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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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84)는 몇해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로 줄곧 혼자 살고 있다. 함께 살자는 딸 부부의 제안은 일찌감치 거절했다. 수십년 산 동네를 떠나기엔 정이 많이 들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보다는 혼자 사는 게 편했다. 무릎이 쑤시긴 해도 정정하다. 동네 사람들과 찬거리를 나누고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낸다. A씨는 이런 삶이 나쁘지 않다.

노인 10명 중 8명은 노인 부부끼리만 살거나 혼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수는 긍정적 건강 상태, 경제적 안정, 개인생활 향유 등 영향으로 독립적인 삶을 택했다. 일하는 노인 규모와 소득이 늘고 학력수준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지표들이 ‘달라지는 노인세대’를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2008년부터 3년마다 진행하는 조사로, 지난해 3~11월 65세 이상 노인 1만97명을 면접조사했다.

부부가구나 1인가구로 이뤄진 노인 단독가구 비율은 78.2%로 2008년(66.8%)보다 11.4%포인트 늘었다. 이 중 긍정적 건강상태, 경제적 안정, 개인생활 향유 등 ‘자립적 요인’으로 단독가구를 꾸린 비율이 62.0%이나 됐다. 노인 단독가구인 이유를 묻기 시작한 2011년(39.2%)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12.8%에 그쳤다. 2008년(32.5%)의 절반도 안된다. 노인이 결혼한 자녀와 같이 사는 경우의 절반은 정서적 외로움, 수발 등 노인의 필요 때문이었다. 반면 미혼 자녀와 사는 주된 이유는 같이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자녀가 가사·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노인들이 과거보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향후 노인 단독가구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인 개인의 평균 연간소득은 2008년 700만원에서 지난해 1558만원으로 두배 넘게 늘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포함하는 공적이전소득 비율이 27.5%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역대 최저치였다. 자식에게 받는 용돈·생활비를 말하는 사적이전소득 비율도 2008년 46.5%에서 지난해 13.9%로 대폭 줄었다. 반면 근로·사업소득은 같은 기간 6.5%에서 24.1%로, 사적연금소득은 0.3%에서 6.3%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노인의 경제적 자립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경제활동 참여율도 2008년 30.0%에서 지난해 36.9%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65~69세 경제활동 참여율이 같은 기간 39.9%에서 55.1%로 뛰었다. 단순 노무직(48.7%)이나 농어업(13.5%) 종사자가 많았다. 일하는 노인의 73.9%는 일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일하는 노인 52.1%는 월 근로소득이 15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도시에 사는 노인은 식비, 농촌에 사는 노인은 주거관리비와 보건의료비 부담이 컸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49.3%로 2008년(24.4%)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우울증상을 보이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30.8%에서 13.5%로 감소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무학’ 비율은 2008년 33.0%에서 10.6%로 줄었다. 반면 고졸 이상 비율은 17.2%에서 34.3%으로 늘었다. 노인이 보는 노인의 연령 기준은 ‘70세 이상’(74.1%)이 가장 많았다. 56.4%는 스마트폰을 보유했다.

노인 85.6%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반대했다. 10명 중 9명은 ‘좋은 죽음’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 신체적·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의사를 미리 써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양성일 복지부 1차관은 “그동안 사회는 전반적으로 노인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대상으로 인식해왔다”며 “향후 노인 정책은 노인을 적극적 주체로 인식하고 스스로 희망하는 노년의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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