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EI는 지침 충족 못 한다는데 영양 풍력 조건부 승인한 환경부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2022.09.13 17:15 입력 2022.09.13 18:37 수정
경북 영양군 석보면 맹동산 일대에 설치된 풍력발전소의 지난 2015년 모습.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맹동산 일대에 설치된 풍력발전소의 지난 2015년 모습.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사업 불가’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경북 영양의 육상풍력 개발사업을 조건부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해당업체에 자료 보완 요청을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AWP영양풍력발전단지 계획(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보면 KEI는 풍력발전업체 AWP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본안 모두에 사실상 사업이 불가하다는 평가를 냈다. 이 사업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일원에 4.2㎿ 규모 풍력발전기 15개를 설치해 총 63㎿ 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대상지는 낙동정맥(식생·동물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오는 산줄기) 인근에 있다.

지침에는 영향 ‘최소화’, KEI는 “영향 최소화 못해”

환경부는 2017년 AWP 영양 풍력발전단지 사업에 대해 한차례 ‘부동의’ 의견을 냈다. AWP는 2015년 4월 같은 지역에 3.3㎿ 풍력발전기 27기, 진입도로 14km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처음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냈고 2016년 11월 본안을 제출했다. 환경부는 절차를 거쳐 2017년 8월 최종 부동의 의견을 결정했다. 당시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업 대상지가 생태적 연결성이 뛰어난 낙동정맥과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인 점’, ‘인근에 이미 풍력발전단지가 위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환경적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AWP는 지난 3월, 발전기를 18기로 축소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재접수했고, 지난 7월에는 15기로 사업을 더 축소한 본안을 제출했다.

AWP 영양 풍력발전단지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포함된 그림. 계획예정지가 낙동정맥 핵심을 지나고 있다.

AWP 영양 풍력발전단지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포함된 그림. 계획예정지가 낙동정맥 핵심을 지나고 있다.

KEI는 AWP가 다시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본안이 모두 “임도 훼손 규모가 크고, 이에 따른 생물 종 서식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이 유발됨을 고려할 때, ‘최소화’의 정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또 “환경영향이 큰 입지에 사업계획이 수립됐음에도 입지 및 계획의 적정성 평가에 필요한 자연생태환경 및 토지환경의 측면의 필수적인 자료가 미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주요 식생, 법정 보호종 서식지 등 자연생태 환경적 측면의 훼손 정도를 정량적으로 기술해야 한다는 점 등도 지적했다.

사업으로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의 서식 구역이 분할되며 서식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었다. 이 때문에 KEI는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 평가 지침’의 ‘최소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3개 시설에서는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건도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도 봤다.

환경부가 지난 1월 개정한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 평가 지침’을 보면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일부를 포함하는 것이 풍력 사업 추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충분한 환경보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전제로 입지 가능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며 “주요 식생 회피, 지형 및 서식지 훼손·단절 최소화” 등을 조건으로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천연 기념물의 주요 서식 공간을 단절·훼손·파괴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생태축 단절 등을 고려한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AWP 영양 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 마을 중 하나인 경북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전경. 최병성 목사 제공

AWP 영양 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 마을 중 하나인 경북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전경. 최병성 목사 제공

환경부는 지침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KEI의 평가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환경부가 이은주 의원실에 제출한 설명자료에는 2017년에 비해 2022년 사업 규모가 42% 축소됐고,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훼손 지역도 41%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AWP에 협의 의견을 내면서 여전히 식생보전 등급 지역 포함하고 있어 영향이 예상되니 발전기 위치를 조정하고, 훼손 방지 위해 현장 작업인력을 교육하는 등 훼손에 상응하는 생태계 복원계획을 마련·추진하라는 등 의견을 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규모 축소 이외에 주요한 변화가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조건부 동의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위법행위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거짓 작성’ 가능성도

AWP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AWP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멸종위기종 1급·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의 서식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다. 반면 본안에서는 산양 배설물이 사업 예정지 북쪽에서 발견됐다고 적었고, 무인센서카메라 두 지점에서 각 3회씩 산양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이 촬영·확인한 산양 포착 지역, 배설물 발견 지점은 AWP 측 조사보다 풍력단지 노선에 훨씬 인접해 있었고, 남쪽 사업 예정지에서도 발견됐다. 지역 주민들은 예정지 인근 17개 지점에서 산양을 촬영했고, 101개 지점에서 산양의 배설물과 뿔질 흔적을 발견했다. KEI도 본안 검토 의견에서 “산양의 경우 본 평가서는 사업지 인근역에서 확인되었다 기술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모니터링 자료에 의하면 산양의 분포가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보다 면밀한 조사와 평가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들어있는 산양 분변 발견 지역. 사업 대상지 북쪽 두 지점만 발견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들어있는 산양 분변 발견 지역. 사업 대상지 북쪽 두 지점만 발견됐다.

지역 주민이 촬영하고 확인한 산양 포착 지역과 배설물 발견 지점. 이은주 의원실 제공

지역 주민이 촬영하고 확인한 산양 포착 지역과 배설물 발견 지점. 이은주 의원실 제공

환경부는 별도로 보완요청을 하지 않고, “15번 발전기 부지는 산양의 출현이 빈번한 등 서식 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업구역에서 제척 또는 원형 보전”하라는 의견만을 냈다. 이은주 의원은 “주민들이 제시한 자료가 맞다면 사업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짓 작성한 것”이라며 “환경부는 주민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사업자의 거짓작성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이라고 말했다.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 주민들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이은주 의원실 제공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 주민들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이은주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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