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기
사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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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저성장 시대, 행복한 후퇴 전략이 필요하다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1%포인트 낮춘 2%로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의 2025년 성장률 예측치도 2%였다. 신영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정책 리스크로 인해 내년 성장률이 1.8%에 그친다는 비관론을 내놨다. 한국 경제는 1973년 14.8% 등 1970년대 다섯 해 성장률이 10%를 웃돌았다. 1980년대에도 10% 이상이 네 차례였고, 마지막 두 자릿수 성장률은 1999년이었다. 1971년부터 2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9%대였다. 이후 한국은 1990년대 6%대, 2000년대 4%대, 2010년대 2%대로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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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파멸 앞당기는 초가속 시대 AI 다양한 ‘종말시계’가 인류의 멸종 또는 파멸 징후를 경고하고 있다. 핵전쟁 위험을 예고한 종말시계(Doomsday Clock)는 올해 초 기준 자정까지 90초를 남겨두고 있다. 1947년 이 시계가 설치된 이후 종말에 가장 가까워졌다. 탄소시계(Climate Clock)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 한계치를 1.5도로 정하고 있다. 1.5도를 넘기면 극심한 폭염과 가뭄, 폭우, 물과 식량 부족 등 심각한 위협이 닥친다. 지금까지 1.2~1.3도 상승했다. 22일 오후 기준으로 탄소시계 한계치는 4년273일 남았을 뿐이다. 인공지능(AI)의 위험을 경고하는 ‘AI 안전시계(Safety Clock)’가 등장했다. 마이클 웨이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는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을 통해 AI 안전시계가 현재 11시31분이라고 밝혔다. 시계는 AI의 위험을 저·중·고·치명적 등 4단계로 구분했다. 현재 시각 11시31분은 고위험에 막 진입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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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거는 기대 미국이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연 4.75~5.00%로 조정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일주일가량 지나면서 한국은행도 곧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 연 3.5% 기준금리를 20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일부 언론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한은을 압박한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11일, 11월28일 등 올해 두 차례 남아 있다. 미국이 돈줄을 푸는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가 안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침체가 임박했다거나 이미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은 고용지표를 중요하게 보는데, 7월 고용이 큰 폭으로 둔화한 데 이어 8월 고용도 예상보다 적게 증가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5% 올랐다. 3년 반 만에 가장 낮아 금리를 내려도 물가 불안 가능성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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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신뢰 상실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집은 먹고 자고 쉬는 곳이며, 투자의 대상이자 노후 대비 자산이기도 하다. 이미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은 더 오르길 바라고, 아직 내집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정체하거나 떨어지기를 바란다. 집값이 급등락하면 모든 시민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가격이 오르면 낮추기 위한, 떨어지면 올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마련이다. 정부가 지난 8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9년까지 6년간 서울·수도권 우수 입지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우량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책이 나온 지 열흘이 넘도록 집값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 투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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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지구 종말 앞당기는 기술 발전 기아 전기차 EV3는 지난 6월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해 3주 만에 1만대를 넘어서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연간 판매 목표량을 2만5000대로 잡았는데, 이미 1만5000대 이상 주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기차는 2021년 23만대에서 지난해 55만대로 두 배 이상 급증했고, 올해는 74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V3는 1㎾h의 전력으로 5.1㎞를 갈 수 있다. 연간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전력 소모량은 3921㎾h이다. EV3는 전비가 2등급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승용 전기차 중 덩치가 가장 큰 EV9은 전비가 4등급이다. 1㎾h로 갈 수 있는 거리가 3.8㎞에 불과하다. 1년 주행거리가 2만㎞인 EV9은 전력 5263㎾h를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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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포용 사라진 사회에서 희망 찾기 “절대 쉽지 않아요.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제대로 조정하기가 불가능하거든요.”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물음에 대한 건설회사 임원의 답변이었다. 그는 재건축과 재개발은 갈수록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기만 하고, 이들을 중재하고 조정할 수단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자신의 이익이 결부된 사안이라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정부는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신도시에 선도지구를 선정해 2027년 착공·2030년 입주를 목표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당장 선도지구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신도시 이외 노후 단지들이 반발한다. 1기 신도시 내에서도 탈락한 단지들이 선뜻 동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정 이후에도 동별, 아파트·상가의 의견이 다르고, 분담금 주장도 제각각이어서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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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평등 구현을 위한 차별과 불평등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최근 현행 누진세 제도만으로는 양극화 해소에 한계가 있으니 1인1표 선거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젊은층 또는 저소득층에 더 많은 투표권을 주는 ‘차등투표제’를 제시했다. 가난한 사람과 미래 세대 등 사회적 소수에게 정책결정 권한을 더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시민 투표권은 프랑스의 1789년 헌법에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 혁명 결과로 만들어진 이 헌법의 참정권은 1인1표이기는 했지만 차등선거였다. 유권자를 25세 이상이면서 일정한 재산을 소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이른바 ‘능동 시민’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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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Win or Nothing’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미국 뉴욕주 북부의 작은 도시 워터타운은 정치적으로 가장 관대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워터타운이 속한 제퍼슨 카운티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정치적 관용에서는 최상위 1%에 속한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면 화가 날지, 상대방을 묘사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등을 조사했더니, 이곳 시민들이 매우 관대하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워터타운 인구는 2만9000명가량인데, 불교 사찰 2개와 이슬람 사원 1개 등 종교시설이 23개에 이른다. 시민들이 서로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 거리가 가깝다. 상대를 배척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도 갖췄다. 목사인 프레드 게리는 정치적 성향이 각각인 성인 10여명과 일주일에 한 번씩 책과 삶, 정치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을 운영한다. 모임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비결에 대해 게리는 ‘직접 만난다’ ‘집에서 만든 좋은 음식을 나눈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 등 세 가지 요인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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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글로벌 민주주의 퇴행과 4·10 총선 올해는 70여개 나라에서 전 세계 성인의 절반인 약 20억명이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라고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시민 의견을 정치에 반영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러시아, 인도네시아 대선은 반자유주의와 장기집권, 세습, 유권자의 무관심 등이 확인돼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2022년 세계 민주주의의 질이 1986년 수준으로 퇴행했다고 분석했다. V-Dem은 선거·자유주의·참여·심의·평등 5가지 원칙에 따라 민주주의 건전성을 평가한다.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IDEA)가 조사하는 ‘글로벌 민주주의 상태 이니셔티브(GSDI)’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하락했다. 1975년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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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탄소중립과 그린벨트 해제라는 모순 나무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산소를 공급하고 미세먼지를 걸러준다. 습도를 조절하고 온도를 낮추는가 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뿌리를 내려 산사태를 막고, 약재나 땔감으로도 쓰인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전주시가 홍수 예방 조치라며 최근 전주천과 삼천 일대 버드나무 수백그루를 잘라냈다. 시민사회단체는 수십년 된 나무를 잘라낸 책임을 물어 시장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한다. 나무를 포함한 지구 생물권은 인간이 배출한 탄소의 45%를 빨아들인다. 각국은 2050년쯤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미 달성한 나라도 있다. 글로벌 데이터 네트워크 ‘에너지모니터’ 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부탄과 수리남 등 8개국이 탄소 중립 또는 마이너스 상태이다. 대부분 가난한 나라지만 국토의 상당 부분이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이라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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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코리아 디스카운트 키우는 정부 리스크 한국 증시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6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576.20을 기록해 이틀 연속 하락했다. 올해 들어 26거래일 중 하락한 날(16일)이 훨씬 더 많다. 코스피와 흐름이 비슷하다던 미국 나스닥은 딴판이다. 올해 상승한 날(15일)이 하락한 날(9일)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말 대비 이날까지 코스피는 3.0% 떨어졌다. 해외 주요 증시는 대부분 오름세를 보인다. 미국은 나스닥과 S&P500이 3%대 후반 상승률을 기록 중이고, 장기간 거의 움직이지 않던 일본은 8% 넘게 뛰어올라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과 시가총액 규모가 비슷한 독일과 대만도 소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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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기 칼럼 탁월한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5년 단임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추월당할 것 같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2023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4%로 추산하는데, 일본 추정치(1.5%)보다 낮다. 한국은 1980년(-1.6%) 2차 오일쇼크와 1998년(-5.1%)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1968년 이후 줄곧 일본보다 성장률이 높았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에 뒤떨어지는 경제 성적표라는 탄식마저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 2.2%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내수와 건설투자가 부진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라는 리스크에도 직면하고 있다”는 기획재정부 진단은 경제 환경이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해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