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기
사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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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58년 개띠 올해 만 58세인 ‘58년 개띠’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낀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 위인 4·19세대와 아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사이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5~1963년 베이비붐 세대의 절정기에 태어나 격변의 현장을 체험했다. 서울은 국민학교 4학년 때 중학교 입학시험이 폐지됐고, 중3 때는 고등학교 입시도 연합고사로 바뀌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58년생 아들 지만씨를 위해 정책을 변경했다는 소문이 아직까지 전해진다. 이들이 30대 초반일 때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가 건설됐다. 40대에 접어들자마자 외환위기를 맞아 적지 않은 58년 개띠가 직장을 떠나야 했다. 10년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또 해고 광풍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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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정권에 뒷돈 대지 말고 떳떳하게 세금 내라 대기업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법인세율 인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단체이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수익이 감소해 기업활동이 위축돼 투자가 줄어들고, 고용도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경련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법인세를 올린다면 글로벌 경제전쟁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을 옥죄는 일이라고도 했다. 전경련 회장을 3연임 중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법인세율 인상 반대를 자신의 최고 책무로 여기는 듯하다. 그는 지난해 2월 취임하자마자 “법인세를 낮춰야지 올리면 되겠느냐. 세율을 올리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출범한 뒤 재벌개혁과 증세론이 불거졌던 지난 6월에도 “지금은 (법인세율을) 올릴 시기가 아니다”라고 재확인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잘하고 있는데 무슨…”이라며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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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코리아 세일 페스타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는 처녀의 ‘시집 안 가겠다’, 노인의 ‘빨리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거짓말로 지목되어왔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여기업은 6만개에 육박한다. 절반 이상 가격을 할인한 제품도 있지만, 제조·유통업체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재고 또는 이월상품을 처분할 수 있고, 마케팅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5~10% 할인한 가격에 내놓은 승용차 5000대가 전부 팔리자 5000대를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든 일부 면세점은 매출이 40% 급증했다. 백화점들도 지난해 10월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비해 매출이 10%가량 늘었다. 코리아 페스타가 초반 호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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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절세와 천재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세금을 회피한 데 대해 지지자들이 오히려 ‘천재’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1995년 소득세 신고 때 9억1600만달러 손실을 신고해 이후 18년 동안 소득세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클린턴 캠프는 “형편없는 기업인”이라고 비난했고, 미국 주요 언론도 “폭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세법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천재적이다. 매우 좋은 뉴스” 등으로 트럼프를 옹호했다. 법을 어기지 않고도 세금을 안 냈으니 훌륭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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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70인과의 동행 (23) 팔만대장경, 그 자체가 신화…옆에만 섰는데 왜 편안할까 “잔소리꾼이 돌아가셨으니 이제 맘대로 살 수 있게 됐다고 다들 좋아했겠지. 동시에 그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테고….” 지난 24일 경남 함양군 안의면 ‘고반재’에서 ‘경향 70년, 70인과의 동행’ 참가자들을 맞은 종림 스님(72)이 설명하는 대장경의 탄생 배경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죽은 뒤 가르침을 기록한 것들을 한데 모은 것이 대장경이다. 예수가 죽은 뒤 제자들이 복음서를 쓴 것과 비슷하다. 당시 인도에서는 부처의 말씀을 듣고 기록했던 500여명이 대장경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한자로 번역한 대장경을 잇따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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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낙하산 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초 공공기관 해제라는 숙원을 해결했다. 일등공신은 최경수 이사장이었다. 그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2013년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을 샀다. 박근혜 대선캠프에 부지런히 출근한 공을 높이 평가받아 이사장에 낙점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거래소 노조도 낙하산이라며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정권과 가까운 인사이니 공공기관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 거라며 반겼다. 최 이사장은 취임 후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밀어붙여 성과를 냈고, 이달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돌연 연임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제외돼 과거처럼 대통령이 임명권자는 아니어도, 공직 유관단체인 만큼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정부 입김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과의 친소 정도를 따진다면 최 이사장 서열은 정 전 부위원장에게 크게 뒤처진다. 정 전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정책과 인사를 주무르는 숨은 실력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세간에서는 ‘금융계의 우병우’라고 부른다. 핵심 실세이니, 최 이사장은 자리를 내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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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막걸리의 변신 막걸리는 청주를 만들기 전 단계의 술이다. 쌀이나 밀 등 곡물을 쪄서 고두밥을 만들어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켜서 만든다. 발효가 끝난 뒤 술을 거르는 용기를 넣어 술지게미를 모두 제거하고 맑은 술만 떠내면 청주, 술지게미가 일부 포함된 탁한 상태는 막걸리이다. 같은 제조법이지만 현행 주세법상 알코올 13도 미만은 약주, 14~25도는 청주로 구분한다. 청주는 누룩 함량이 1% 이하여야 한다. 막걸리 중에서도 발효과정에서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밥풀이 뜬 상태에서 떠낸 술은 동동주라고 부른다. 2000년대 후반부터 막걸리는 한류를 등에 업고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켰다. 2000년 한국 막걸리를 수입한 나라는 일본과 미국, 호주 등 3개국뿐이었다. 고향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동포들이 89만5000달러어치를 사 갔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2011년 막걸리는 세계 35개국에서 5273만달러어치를 수입하는 수출 효자품목이 됐다. 막걸리 효능에 대한 과학적 분석도 잇따랐다. 다양한 유산균과 아미노산, 비타민이 들어있고, 살아있는 효모와 젖산균도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적당히 마시면 암과 간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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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추석과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유통업계에 ‘반짝 특수’를 선사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통계를 보면 최근 매출이 지난해 추석 직전에 비해 10% 안팎 늘었다. 오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 위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슈로 선물용 건강식품과 생활필수품 등 실속형 중저가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5만원 이하 선물 주기 예행연습을 하는 셈이다. 한우와 굴비세트 등 고가 상품 판매도 소폭 증가했다. 법 시행 전 마지막 고가 선물로 성의를 표하겠다는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선물 가격은 내려가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업계는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업체별로 많게는 20%가량 배송물량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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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사드와 롯데 총수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이 롯데스카이힐 성주 컨트리클럽(성주CC)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정부가 성주CC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후보지로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사드와 관련한 ‘설’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던 전례를 감안하면 성주CC 사드 배치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성주CC를 매입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그 절차를 피하기 위해 정부는 국유지와 성주CC를 맞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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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삼성전자 효과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주말 주당 167만5000원까지 올라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증시 전체의 5분의 1에 근접했다. 그 상승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올해 최고로 치솟았다. ‘삼성전자 효과’는 애초 삼성전자가 투자하거나 협력관계를 맺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삼성전자 효과는 증시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도 삼성전자 효과를 톡톡히 본다.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공장 영향으로 평택 아파트값은 5년 새 2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3.2%였다. 부동산시장에 “삼성전자 주변 땅을 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충남 아산시는 지난해 세수 3000억원 중 20%가량을 삼성전자로부터 거둬들였다. 삼성전자 관련 종사자가 먹고 입고 자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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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한국에서 부자 되기’를 꿈꾸기 어려운 이유 마음이 풍요로워야 진정한 부자라고 하지만, 책 속에나 있는 말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준 재산이 14조원을 넘는 한국 최고 부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만큼은 못돼도 대부분 떵떵거리며 살기를 바란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2016 한국 부자 보고서’는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를 21만1000명으로 추산했다. 한국 전체 가구의 1%를 약간 웃돈다. 부자의 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이 절반 정도이니, 부동산을 포함한 총재산은 20억원가량 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에서도 부자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부친으로부터 삼성그룹을 물려받았다.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본격적인 상속이 이뤄지지 않았어도 7조원대 재산을 보유해 한국 부자순위 3위에 올라 있다. 4조원대 재산을 보유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미성년 손주 6명은 이미 각각 800억원대 주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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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반값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가격정찰제가 자리를 잡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흥정을 해 덤이라도 하나 받아야 속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든다. “반값에 판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초 가격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1949년 7월 경향신문에 ‘부인용 여름옷감 반값으로 제공합니다’라는 백화점 광고가 실리기도 했으니, ‘반값 마케팅’은 오래된 판매전략이다. 반값이 사실상 정상가인 사례도 있다. 의류가 대표적이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국내 의류시장에서 가격표대로 팔리는 옷은 30% 안팎이다. 몇 달 지나면 백화점이나 대리점 등에서 20~30%를 할인해 판다. 1년가량 지난 옷은 상설할인점, 아웃렛 등으로 넘어가고, 2~3년 뒤에는 무게에 따라 팔리는 땡처리 신세가 된다. 의류업체는 땡처리 단계까지 계산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실제 옷값은 가격표의 절반 안팎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