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기
사회경제연구원장
최신기사
-
여적 소물인터넷 과거 장례식장에서는 구두가 뒤바뀌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했다. 요즘과 달리 구두 디자인이 다들 비슷해 자신의 낡은 구두를 놔두고 남의 것을 슬쩍 신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대형 식당은 신발 담는 비닐 봉투를 준비하거나, 테이블 밑에 신발 넣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구두 안쪽에 이름을 적어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번 잃어버린 신발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최근에는 자전거 절도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늘고, 고가 자전거가 많아진 탓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 자전거 도난신고는 하루 평균 61대였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절도 건수는 더 많을 것이다. 고가 자전거에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차대번호가 있지만, 도둑이 훔쳐간 자전거가 돌아올 가능성은 상하이에서 왕서방 찾기에 비유될 만큼 희박하다.
-
여적 기름장어 “그는 유머가 있고 유연하기도 했다. 외교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부 합동 만찬에서 그의 유머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한번은 반 장관이 다른 장관들에게 외교관을 무어라고 부르는지 아느냐고 퀴즈를 냈다. 외교관이 아닌 우리는 알 리 없었다. 반 장관이 ‘기름 바른 장어’라고 해서 박장대소한 적이 있었다. 외교관은 ‘요리 빼고 저리 빼며 잘 빠져나가는’ 처신을 한다는 뜻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회고록 <칼날 위의 평화> 중) 별명이 여럿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표 별명은 ‘기름장어’이다. 능숙한 외교관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던 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의 별명이 됐다. 까다로운 질문이나 복잡한 상황을 매끄럽게 잘 피해간다고 해서 언론이 붙여줬다. 외신들도 기름장어를 그의 별명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이 농담에서 언급했던 기름 바른 장어와 기름장어는 다르다. 기름장어는 미꾸라지의 일종인 토종 물고기 왕종개의 방언이다. 비판적인 외국 언론은 그의 업무 능력과 스타일을 두고 ‘투명인간(invisible man)’ ‘무능력한 관찰자(powerless observer)’ ‘어디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 등으로 묘사하곤 한다.
-
여적 자살보험금 죽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4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자살(고의적 자해)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에 이어 네번째였다. 보험개발원 사망보험금 지급 통계에서도 10년 전 10위권 밖에 있었던 자살은 최근 4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자살률 1위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이후 5년간 한국의 자살자는 시리아 내전에서 사망한 민간인 수와 비슷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더라도 보험에 가입했다면 생명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한다. 다만 가입 후 2년 이내는 보험회사 면책기간으로 정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보험금을 노린 사기나 범죄일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면책기간은 국가별로 다르다. 국내 생보사들은 약관에 자살도 특약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는, 실제로는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 논란을 샀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에 비해 보험금이 2~3배 많다.
-
경향의 눈 정부가 빚더미 공기업 배당 챙기는 이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말 기준 134조1885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2013년 이후 3년째 부채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금융 공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부채 1위 공기업이다. 지난해 금융부채를 갚는 데 쓴 금융비용만 8778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음에도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LH는 지난해 98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순이익 중 1263억원은 정부에 배당했다. 정부가 공기업을 상대로 마른 수건 쥐어짜듯 배당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23개 공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은 1조219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보다 39% 급증했으니 ‘배당 잔치’라고 할 만하다. 한국전력공사가 362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2706억원, 중소기업은행 1491억원 등 LH를 포함해 4개 공기업으로터 각각 1000억원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
여적 해태제과의 부활 1970년 4월 출시한 해태제과 ‘부라보콘’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그 전까지 빙과는 설탕과 과즙 등을 얼려 막대를 꽂은 ‘아이스께끼(아이스케이크)’나 ‘하드(아이스바 또는 하드 아이스크림)’라고 불리는 것뿐이었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바삭한 과자로 감싼 아이스크림콘은 처음이었다. 한국 아이스크림 역사의 새 장을 연 셈이다. 지금까지 45억개 넘게 팔려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판매량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80만㎞로 지구를 20바퀴 돌 정도의 길이이다. 부라보콘의 폭발적인 판매에 힘입어 해태제과는 1972년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
여적 라이벌 라이벌은 경쟁 상대를 뛰어넘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인류 최초의 라이벌은 신의 사랑을 놓고 경쟁했던 카인과 아벨 형제였다. 그러나 라이벌 관계는 형이 동생을 살해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지나치면 화가 되는 것이다. 동물 세계에서도 경쟁이 사라지면 최상위 포식자인 맹수도 활력을 잃는다. 기업도 라이벌이 있어야 좋은 제품 개발에 힘쓰기 마련이다. 삼성과 LG는 한국의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이다. 최근 삼성이 여러 분야에서 앞서고 있지만, LG도 디스플레이와 가전 등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경쟁이 격화해 상대 흠집내기로 변질된 사례도 있다. 양측은 2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기간 중 LG 관계자가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는지를 놓고 2년 넘게 법정다툼을 하고 있다.
-
여적 서울의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에 비할 정도는 못되지만 한국에도 막말 정치인이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다. 그는 지난해 말 연탄배달 봉사를 하던 중 곁에 있던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에게 “연탄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다”고 말했다. 이에 한 외신기자는 트위터에 “어이가 없다” “트럼프 같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둘은 부자 아버지를 둔 금수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공교롭게도 김 전 대표의 서울 집은 트럼프의 이름을 딴 대우트럼프월드 1차 296㎡(90평)형 펜트하우스이다. 실거래가는 25억~30억원에 이른다.
-
경향의 눈 아이디어 뱅크 소수당 총선 공약 재활용하라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은 세계 자동차시장에 기아차의 존재감을 확산시킨 인물이다. 그가 디자인한 K시리즈가 세계 무대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K7은 아우디, K9은 BMW 일부 디자인과 비슷해 베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슈라이어 총괄사장은 이에 대해 “수입차 같다는 평가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만큼 디자인팀에서 멋진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라고 일축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베끼는 게 필요한 모양이다. 독창적인 화풍으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조차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는 끊임없이 창조와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새로 발명한 것은 없었고, 모방과 도용을 적절히 섞었다. 잡스와 애플이 잇따라 성공한 개인용 컴퓨터와 아이콘 또는 윈도를 이용한 GUI, 아이팟, 아이폰 등은 기존 제품이나 시스템을 이용해 만들어낸 새로운 조합이었다. 요즘 화두인 융합을 일찌감치 실행했다.
-
여적 테슬라 테슬라모터스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미국에서 내년 하반기, 그 외 나라는 2018년에나 출시된다. 그럼에도 일주일 만에 예약주문 32만5000건이 쇄도했다. 기존 모델의 절반 수준인 3만5000달러(약 4030만원)로 낮춘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한국에서 현재 기준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는다면 2000만원대 초·중반에 살 수 있다. 시속 100㎞ 도달 시간 6초, 완전충전 시 344㎞ 주행 등 성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3가 10만대만 팔려도 성공이라고 경시했던 업계는 3배 넘는 예약이 몰리자 테슬라가 주문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질투 섞인 시선을 보낸다.
-
여적 드립커피 값 서울시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가격은 4000원 안팎이다. 최근에는 볶은 커피 원두를 곱게 빻아 끓는 물을 부어 걸러낸 드립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1만원을 웃도는 프리미엄급 드립커피도 수두룩하다. 반면 그 절반 가격도 안되는 1500원짜리 커피도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내놓은 드립커피는 500원이다. 국내 커피시장에서 가격파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커피 원두는 13만7795t이 수입됐다. 베트남, 브라질, 콜롬비아 등 3개 나라가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웃돈다. 수입단가는 ㎏당 평균 4493원이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들어가는 원두를 10g(100알) 안팎으로 계산하면, 45원어치가 들어가는 셈이다. 68개국에서 수입하는 원두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싼 것은 ‘커피의 황제’라고 불리는 ‘블루마운틴’ 산지인 자메이카로 ㎏당 7만1483원이고, 베트남산이 2223원으로 가장 싸다. 커피 한잔에 들어간 평균 품질의 베트남산 원두는 22원이고, 최고급품이라야 715원에 그친다.
-
경향의 눈 문제는 경제인가, 바보 정치인인가 1992년 미국 대선 때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고 상대를 몰아붙여 톡톡히 재미를 봤다. 경제 실정 책임을 뒤집어쓴 조지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져 연임에 실패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려 애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경제가 매우 위태롭다. 그야말로 위기다”라며 정부·여당을 공격했다. 국내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로 치솟는 등 일자리 부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빚은 갈수록 늘어난다. 수출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 있다.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니 경제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불평등도 점차 심해진다. 세계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저성장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
여적 우간다 한국인은 유난히 순위와 비교에 집착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3월 순위에서 한국은 전달보다 4계단 내려간 57위였다. 축구팬들은 아시아 3위를 일본에 빼앗겨 월드컵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불리하게 됐다고 걱정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도 ‘7·4·7 공약’(7% 성장률·4만달러 소득·7대 경제강국)으로 민심을 샀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성공했지만 결국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6위 수출대국이다. 한국이 잘했다기보다 다른 나라의 부진이 심해 순위가 올라갔다. 어찌 됐든 수출 규모에서 한국을 앞선 나라는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뿐이다. 경제력만 놓고 본다면 면적 109위, 인구 28위인 한국은 강소국 반열에 오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