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기
사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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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퍼블리시티권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투어 상금이 44만8598달러(약 5억4000만원)였다. 상금 랭킹은 한국의 최경주보다 한 계단 아래인 162위지만 우즈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지난해 선수 브랜드가치 1위에 올랐다. ‘황제’ 명성이 많이 퇴색하기는 했어도 그의 가치는 상금의 70배 가까운 3000만달러였다. 우즈는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나이키골프·롤렉스 등과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은 운동선수나 배우, 가수 등 유명인의 이름이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이다. 우즈가 나이키골프로부터 받는 수천만달러는 자신을 모델로 광고할 권리를 판 대가이다. 우리말로 풀면 ‘초상사용권’ 또는 ‘초상재산권’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적확한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초상권은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인 인격권이다. 하지만 퍼블리시티권은 타인에게 양도·상속할 수 있는 재산권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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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혼자 하기 전통적인 한국 가정의 식사는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먹었다. 핵가족화 진전에 따라 1인 가구가 500만가구를 웃돌 정도로 늘어난 지금은 혼자 밥 먹는 게 이상하지 않게 됐다. 과거 궁상맞다고 여겼던 ‘혼밥’ 풍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밥뿐 아니라 홀로 술(혼술), 영화(혼영), 쇼핑(혼쇼), 여행(혼여) 등을 즐기는 ‘혼자족’이 유행하고 있다. TV에서는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대형마트 문화센터에는 인테리어 기술 등을 가르치는 ‘혼자 하기’ 강좌도 등장했다. 가전·가구·유통 업계도 혼자족을 겨냥한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 덕분에 1인용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 현재 전체 가구의 27.1%인 1인 가구 비율은 2035년 세 가구 중 한 가구를 웃돌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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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세리 성경에 등장하는 세리(稅吏)는 멸시의 대상이다. 예수가 활동하던 시기 팔레스타인은 로마제국 황제가 총독을 파견해 다스리고 있었다. 그러나 로마 지배에 대한 유대인들의 저항은 강력했다. 메시아가 출현해 자신들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동포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로마에 전달하는 세리는 매국노 취급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들은 착취하듯 세금을 걷었고, 개인 치부에 골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유대인은 세리와 예배를 같이 보는 것조차 꺼렸고, 식사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세리는 죄인, 창녀와 거의 동급으로 여길 정도로 천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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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플래그십 마케팅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는 ‘플래그십(flag-ship)’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말로는 함대에서 지휘관의 기를 단 배를 일컫는 기함(旗艦)이다. 대장 기를 꽂고 있으니 대표 상품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은 과거 그랜저였다. 이후 다이너스티, 에쿠스를 거쳐 지금은 제네시스 EQ900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갤럭시 S7과 S7엣지이다. 갤럭시는 A, J, 그랜드, 라운드 등이 있지만 S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최고급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플래그십 마케팅은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상품을 내세우는 판촉 기법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맥주시장은 동양맥주(옛 OB맥주)가 월등한 1위였다. 만년 2위였던 조선맥주는 93년 출시한 하이트가 큰 인기를 끌며 OB맥주 판매량을 뛰어넘자 98년 회사명을 아예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플래그십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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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대통령도 공개하는 연봉, 재벌 총수는 왜 못하나 박근혜 대통령의 올해 연봉은 2억1201만8000원이고, 국무총리는 1억6436만6000원, 장관은 1억286만8000원이다. 공무원 보수규정에 명시돼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수당과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여비 등 사실상 보수로 볼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고위 정무직 연봉은 해마다 공무원보수민관심의위원회에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결정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재벌 기업 총수나 임원의 정확한 연봉 규모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14년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사업보고서에 임원의 보수총액만 기재하면 됐고, 개인별로는 공개 의무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고쳐 연봉이 5억원 이상인 상장기업 등기 임원의 연봉을 공개토록 한 것은 경제민주화의 일환이었다. 상장기업 임원의 고액 연봉을 시장에 공개하면 비정상적인 연봉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일부 총수 일가가 과도한 보수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도 있었다. 대선 때 내놨던 경제민주화 공약 상당수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지만, 임원 연봉 공개는 그나마 성과로 꼽힐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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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남극의 온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생존을 위해 감자를 키운다. 그는 온실을 만든 뒤 사람 배설물을 섞은 화성 흙 속에 감자를 잘라 심어 수확하는 데 성공한다. 와트니는 “어딘가에서 일단 작물을 기른다면, 공식적으로 그곳을 식민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식물 재배조건만 놓고 본다면 남극의 환경도 화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균기온이 영하 30도 안팎으로 감기 바이러스조차 생존할 수 없다. 토양에는 식물이 섭취할 양분이 거의 없는 데다 연중 절반 이상은 얼음에 덮여 있다. 식물이라고는 여름철에 잠깐 이끼와 잔디류를 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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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개포동 “1980년대 이후 강남 개발 붐을 타고 갑자기 부촌이 되자 ‘개포동은 원래 개도 포기한 동네였지만 지금은 개도 포니를 타고 다니는 동네가 되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서윤영 저 <우리가 살아온 집 우리가 살아갈 집>). 양재천 하류의 서울 개포동은 원래 갯벌이 있었다고 해서 ‘갯펄’ ‘개패’ 등으로 불리다 개포(開浦)라는 지명을 얻었다. 선사시대 유적인 4개의 고인돌(남방식 지석묘)이 발견되기도 했으니, 적어도 4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갯벌에 들어선 마을이었으니 주거 여건이 쾌적할 리는 없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논밭과 야트막한 언덕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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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흡연자와 세금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만든 세금은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비를 갹출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소득과 재산이 제각각인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징수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동체가 국가 형태를 갖춘 이후 수천년째 더 걷으려는 국가와 덜 내려는 국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삼국사기는 신라 진성여왕 때 수탈에 항의하는 반란이 잇따랐다고 기록하고 있다. 신라 장군 출신 견훤이 후백제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신라의 가혹한 세금 징수에 반발하는 백성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발생한 동학농민혁명이나 진주민란 등의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탐관오리의 가렴주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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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사기꾼의 역사 할리우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는 주변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는 천재 거짓말쟁이가 나온다. 주인공은 조종사, 의사, 변호사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는데 모두 가짜였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투자자를 속이고, 주가를 조작해 억만장자가 됐던 증권맨이 추락하는 내용이다. 두 영화의 주연배우는 ‘꽃미남’으로 불렸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다. 사실 ‘사기꾼처럼 생겼다’는 형용 모순에 가깝다. 사기꾼은 사기에 숙련된 사람이다. 그런데 사기꾼처럼 생겼다면, 사기에 능숙하기는커녕 외모를 본 상대가 사기에 넘어가지 않을 테니 모순이 된다. 영화에서 디캐프리오가 주변을 속여넘길 수 있었던 것은 출중한 외모에 화려한 언변을 갖췄기 때문이다. 사기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무기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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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철밥통의 균열 1980년대 공항에서는 전기밥솥 상자를 들고 입국하는 여행객이 흔했다. 당시 일본 조지루시에서 만든 ‘코끼리밥솥’은 밥맛 좋기로 유명해 주부들의 로망이었다. 일본 단체관광을 간 한국 주부들이 코끼리밥솥을 싹쓸이해 일본 언론에 소개될 정도였다. 현재 세계 최대 전기밥솥 시장인 중국을 평정한 것은 한국 쿠쿠전자이다. 조지루시, 파나소닉 등 일본 밥솥을 제치고 외국산 중 판매 1위다. 중국인은 쿠쿠밥솥을 ‘한국 명품’으로 인정한다. 1960년대 중반 국내에 처음 등장한 전기밥솥은 밥만 할 수 있었고, 전기보온밥통이 따로 있었다. 버튼 하나로 밥을 짓는 밥통과, 아랫목에 이불로 꽁꽁 싸매두지 않아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보온밥통의 등장은 혁명적이었다. 1977년 7월 경향신문 ‘농촌 새 풍속도’는 “밥솥계, 밥통계, 텔레비전계 등 신종계가 우후죽순처럼 유행한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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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성비 ‘가격 대비 성능비’의 줄임말인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괜찮다는 뜻이다. 값이 싸면 질도 낮기 마련인 ‘싼 게 비지떡’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는 제품에 주로 쓰인다. 가성비는 정부 지출이나 기업 투자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낼지 분석해 계량화하는 경제학 용어 ‘비용-효과 분석’과 비슷하다. 인터넷을 통한 가격·품질 정보가 넘쳐나면서 개인도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고르기가 한결 쉬워졌다. 볼펜 모나미153, 진통·해열제 아스피린, 다용도 공구 빅토리녹스 나이프 등이 가성비 좋은 대표적인 상품이다. 중국 기업 샤오미는 내놓는 제품마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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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 ‘혼이 비정상’인 관료에게 살림 맡겨야 하는 국민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신성장동력화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양극화를 해소해 나가는 것.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2006년)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과 경제회복의 성과가 서민생활 안정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데에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고, 일자리 창출, 경제선진화, 대외역량 강화와 국격 제고 등 목표로 선정’(2010년) ‘내수·수출 균형을 통한 경제활성화, 창조경제·문화융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맞춤형 복지 등을 추진’(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