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수
사회에디터
영화를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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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탈모보다 먼저 보장해야 할 것들 지금보다 더 가난해지는 법은 간단하다.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이 써버리면 재산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쓰는 돈을 섬세하게 관리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재정을 유지하는 기본이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는 제도이다. 일정 부분 의사들의 희생에 기반한 제도라 비판과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고 있다. 당연히 앞으로도 쭉 지속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한다. 그중에 기본은 위에서 이야기한 ‘지출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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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창 교사도 학생도 행복하지 않은 학교 28년 전이다. 영화 <여고괴담>(1998)이 개봉해 한창 관객을 모으고 있었다. 공포영화 틀 안에서 학교의 부조리를 날것 그대로 드러낸 작품인데 특히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무자비한 폭력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당시까지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관객이라면 공감할 만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이 영화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총은 “교사의 폭력을 과장하고 교육 현장의 어두운 면만 부각해 교사들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교사들은 정말 모르나,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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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월호 12주기 7년 전 이맘때 극장에서 영화 <생일>(2019)을 봤다. 2014년 4월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엄마는 담담한 척하지만 단 한 순간도 아들을 잊지 못한 채 삶을 이어간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외국 감옥에 있던 아빠는 뒤늦게 무죄 판결을 받아 돌아왔지만, 예전의 가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아빠는 어찌할 줄 모르고 남은 가족 곁을 맴돌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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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법은 선의를 품지 못한다 법을 만드는 사람은 ‘선의’가 있을지 몰라도 법 자체는 선의를 품지 못한다. 입법자가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졌더라도 현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이 논란을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사법개혁 3법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일 ‘수용 의사’를 밝히고, 정부도 5일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을 의결해 입법 절차에 마침표를 찍었다. 숱한 반대가 있었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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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찰, 조직보다 자존심을 걸어라 경찰과 검찰은 모두 범죄를 수사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경찰과 검찰의 위상, 대중이 가진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일례로 영화나 드라마 속 경찰은 정의감은 넘치지만 어딘가 허술한 캐릭터로 그려지곤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저지르고 범인 검거에 한발 늦을 때가 많다. 정의로운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 <베테랑>(2015)이나 <범죄도시>(2017)에서도 결국 범인을 잡아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험난하다. 반면 검찰은 악당으로 나올지라도 냉정하고 똑똑하며, 사건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엘리트 집단으로 묘사된다. 물론 작품 속 허구적 설정이지만, 대중이 경찰과 검찰에 갖고 있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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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날 밤 ‘용자’는 없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달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에 반발하며 항의 성명에 이름을 올린 김창진 부산지검장·박현철 광주지검장·박혁수 대구지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발령됐다. 검찰 내부망에서 지휘부 결정을 강하게 비판한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로 사실상 강등됐다. 김 지검장과 박현철 지검장은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밝혔고 정 검사장은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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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벽배송, 계속 이야기하자 “‘어떻게 쿠팡 없이 살았을까’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들겠다.” 몇년 전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최고경영자(CEO)가 했다는 말이다. 이는 쿠팡의 ‘미션’이라고도 했다. 이 말을 접했을 때 잠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쿠팡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김범석 CEO의 야망은 거의 실현됐다.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쿠팡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쿠팡은 노동환경과 경영방식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필수재’로 여겨졌다. 최근 SNS에서는 쿠팡을 비롯한 업체들의 새벽배송 제한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찬성과 반대로만 가를 수 없는 의견이 쏟아졌고 험한 언사가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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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급할수록 돌아가라 눈앞의 순위, 당장의 속도에만 집착해 장거리 경주를 망치는 일을 흔히 ‘촌놈 마라톤’에 비유한다. 마라톤에서 출발 신호가 울리자마자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가 얼마 못 가 뒤처지는 상황을 말한다. 한 시즌에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초반에 전력을 쏟아부어 상위권에 올랐다가 중반 이후 하락하는 팀을 놀릴 때도 쓴다. 마라톤이든, 야구든 멀리 보고 차근차근 레이스를 펼쳐야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일에서 ‘조급함’은 성공적인 완수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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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현장을 기록한 죄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사이트에서 ‘정윤석’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2006)로 시작해 <진리에게>(2023)로 이어지는 연출작 13편,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2013) 비프메세나상,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넷팩상을 비롯한 8번의 영화제 수상경력, 그가 만든 영화를 평가한 전문가의 글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정윤석 감독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고, 남들이 인정할 만한 성과까지 낸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오랫동안, 아주 열악한 환경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왔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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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건희라는 성역 지난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는 ‘성역’이었다. 어쩌면 배우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던 그 전 정부부터라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런 김 여사가 마침내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소환조사 하나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이냐고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이른바 ‘3대 특검’이 소환한 피의자나 참고인들은 손으로 꼽기도 어렵다. 대기업 경영진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필요하면 소환돼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하루에도 들락날락하는 사람이 여럿이니 기사로 정리하기도 벅찰 정도였다. 그러나 김 여사는 계속 ‘아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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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6개월 전의 호소 지난해 12월11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시민 A씨가 자유발언을 위해 단상에 올랐다. A씨는 자신을 ‘소위 말하는 술집여자’라고 소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목이 쏠렸고 이어지는 발언은 좌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면서도 탄핵을 완성이나 끝이 아닌 하나의 ‘고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정치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을 해달라고 동료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당시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A씨는 일찌감치 탄핵 너머를 그렸고 그의 호소는 SNS를 타고 회자했다. 이후 국회는 지난해 12월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4일 파면을 선고했다. 그리고 조기대선을 거쳐 지난 6월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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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급할수록 돌아가라 어느새 1년 하고도 몇달이 흘렀는데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윤석열 정부가 맹렬하게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었고, 핵심은 그 규모였다. 수백명 수준으로 시작한 추정치는 하루가 다르게 부풀었고, 급기야 발표 당일 오전 한 신문에 ‘2000명 증원’이라는 단독보도가 나왔다. 그 기사를 보고 당시 담당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설마 2000명은 아니겠지. 이건 너무 무성의한 숫자잖아. 의사 증원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마치 무 자르듯 2000명으로 결정한다고? 어떤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게?” 하지만 나의 순진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