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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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이 대통령 방일, ‘과거사 의제’의 리부팅 기회 이달 초 공개된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드러난 미국의 대중 태도는 중국이 (대만 공격 같은) ‘금지선’만 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중 전략경쟁의 큰 틀엔 변화가 없지만, 중국을 ‘진정으로 상호 유익한 경제관계’로까지 묘사한 것을 보면 중국을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하던 몇년간의 기조가 바뀐 것은 분명하다.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런 원칙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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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유엔사의 ‘애매한’ 지위와 역할 1950년 7월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이 군대를 ‘미국 주도의 통합사령부’에 배속시킬 것 등을 요구하는 안보리 제84호 결의를 채택했다. 결의에 따라 일본 도쿄의 미 극동사령부에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가 창설됐다. 안보리 결의로 설립되긴 했으나 유엔사는 안보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유엔 예산으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유엔사는 유엔 기관이 아니라 ‘미국 지휘를 받는 다국적군’에 가깝다. 그런 유엔사가 ‘유엔’ 이름을 쓰는 것에 비동맹·제3세계 국가들이 문제를 제기해 1975년 11월18일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권고 결의안(제3390호 A, B)이 채택됐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한 뒤 유엔사가 갖고 있던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연합사로 넘겼다. 1994년 6월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통합사령부’를 보조기관으로 구성한 바 없다고 재확인했다. -
여적 ‘다문화 국가’ 한국 스리랑카 청년 이완은 경기 포천시 의료원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취업한 부모님과 양계장 기숙사에서 자랐다. 미등록 상태였던 이완은 2021년 한국에서 15년 이상 거주한 청소년들이 벌금을 내면 비자를 주는 구제 조치에 따라 920만원을 내고 체류 자격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완이 성년이 돼 보호자 자격으로 체류해온 어머니와는 헤어져야 한다. -
여적 간토대학살 진상규명법 지난 7월19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참정당(參政黨)의 요코하마 집회에서 한 지지자가 외국인 차별 반대 팻말을 내건 시민에게 ‘주고엔 고짓센’을 발음해 보라며 시비를 걸었다. ‘주고엔 고짓센(15엔50전)’은 1923년 9월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직후 일본 군경과 자경단이 일본인이 아닌 이들을 색출하는 데 쓴 말이다. 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번지자 일본 군경과 자경단은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체포·살해했다. ‘주고엔 고짓센’에 섞인 탁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숱한 조선인들이 끌려가 잔혹하게 학살됐다. 그 흑역사를 모르는 일본인들이 100여년 전 조선인들의 생사를 가르던 말을 함부로 쓰고 있는 것이다. -
서의동 칼럼 북한이 한국을 쳐다보지도 않는 이유 윤석열 일당이 벌인 불법계엄과 내란은 지난 1년간 각종 증언과 국회 청문, 특검수사 등을 통해 그 전모가 대체로 드러났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2023년 하반기 들어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고 김건희가 명품가방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수세에 몰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결론지었다. 계엄 이후 나라 구조를 통째로 바꾼 뒤 영구집권을 획책했다는 ‘노상원 수첩’ 메모의 진상을 밝히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기본 얼개는 드러난 상태다. 반면 내란의 쌍생아 격인 ‘외환(일반이적)’ 혐의는 지난해 10~11월 평양 무인기 침투 외에는 파편적으로만 진상이 공개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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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용미용중’이라는 나침반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나온 몇가지 에피소드는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구상과 대중 외교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포인트들을 제공했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모두발언에서 기습처럼 던진 요청을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고, 4일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적극 지원”하겠다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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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일본유신회의 ‘연방제’ 일본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역사적 인물로 꼽히는 사카모토 료마(1836~1867)는 에도시대 말기 하급 무사 출신으로, 강력한 추진력으로 일본 근대화 출발점인 메이지 유신에 기여했다.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가 1960년대 신문에 연재한 소설 <료마가 간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됐다. 자민당 장기집권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민주당 정부가 미·일 갈등,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비틀거리던 2010년대 초반 일본은 료마가 활약하던 난세를 방불케 했다. -
서의동 칼럼 이런 동맹이 왜 필요한가 한국에 거액의 대미투자를 강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보면 한국을 전범국가 다루는 듯해 불쾌감을 참을 수 없다. 한국이 외환보유액을 줄이지 않고 마련할 수 있는 대미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가 상한이다. 트럼프가 선불로 요구하는 3500억달러는 한국 GDP의 5% 수준으로,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에 부과한 배상금(경제 규모 대비)에 맞먹는다. 당시 연합국들은 피해 배상뿐 아니라 독일 경제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렸다. 한국이 ‘미국의 기술과 일자리를 빼앗은 경제침략국이니 거액의 배상이 당연하다’는 것인가. 이민당국이 한국인들을 콕 집어 체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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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No America’ 1979년 10·26 사태 후 미국이 박정희 대통령 후계자로 전두환을 인정한 것은 비극의 도화선이 됐다. 전두환 신군부가 그해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던 날 한국군 작전권을 가진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은 최전방 9사단의 서울 출동을 막지 않았다. 박정희의 죽음으로 열린 ‘서울의 봄’과 민주화 열망을 신군부는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확대로 짓밟았고, 광주에 공수부대를 보내 살육극을 벌였다. 위컴은 5월22일 ‘폭동 진압’을 위해 한미연합사 소속 한국군의 이동을 허용해달라는 신군부 요청도 승인했다. 미국은 신군부 만행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그들을 만류조차 하지 않았다. -
서의동 칼럼 한·일 시민들이 만든 조세이 탄광 기적의 드라마 녹색 바탕의 수중촬영 화면 속에 새우잠을 자듯 모로 쓰러져 있는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하반신은 신발과 작업복에 허벅지와 둔부까지 윤곽이 뚜렷했지만, 상반신은 진흙 등으로 덮여 형체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화산재에 당한 폼페이 시민들이 그렇듯 물로 가득 찬 해저 탄광의 갱도에서 발견된 광부의 주검은 83년 전 사고의 참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들이 겪었을 생의 마지막을 생각해본다. 갱도가 무너지며 바닷물이 삽시간에 들이차자 극한의 공포에 빠졌을 것이다. 얼마간 숨을 참다가 견디지 못해 물을 들이켜다 질식했을 것이며, 산소부족으로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의식이 끊기기 직전 고향의 어머니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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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두번째 분단’의 해소가 급선무다 한국엔 분단선이 두 개 있다. 남북 군사분계선에 이어 경기 남부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르는 ‘제2의 분단선’이 그어져 있다. 해마다 많은 청년들이 그 선을 넘어 몰리면서 수도권은 부풀어오르는 반면 그 바깥은 피폐해지고 있다. 교육, 주거, 취업 등 한국 사회의 갖가지 문제가 두번째 분단에서 파생된다. 그 폐해는 남북 분단 이상이다.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 예외 없이 균형발전을 강조했으나 생색내기였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방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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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칼럼 한·일 협력의 새 출발은 조세이탄광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군함도(하시마)’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일본이 했던 약속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려던 시도가 불발됐다. 일본이 군함도의 ‘강제노역’ 역사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을 한국이 의제로 다루려 하자 일본이 표대결까지 불사해가며 무산시킨 것이다. ‘과거사 불(不)사과’라는 ‘아베 독트린’이 일본 관료조직에 견고하게 새겨져 있음을 다시 확인케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고인이 된 아베의 유훈이 아베와 정치색이 다른 이시바 시게루 현 내각에도 면면히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일본 책임을 면제해준 윤석열이 불법계엄으로 파면돼 ‘한·일 아베 유훈 체제’에 제동이 걸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